피의자 주거지 상주 안 해…부족한 보호관찰관 여건상 현실적 공백 존재
(창원=연합뉴스) 이준영 정종호 기자 = 지난 3일 경남 창원시 한 모텔에서 10대 중학생 2명을 흉기로 살해 후 투신해 숨진 20대 피의자 A씨가 보호관찰 기간 중 '성범죄자알림e'에 기재된 주소에 사실상 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달 19일 '성범죄자알림e'에 공개된 창원시 의창구 한 고시원을 보증금 20만원, 월세 30만원에 계약했다.
그는 계약 당일 교정시설 출소자 중 생계가 곤란한 위기 상황인 자를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의창구청에 관련 신청을 하고, 주거비 명목으로 월세 30만원을 지원받았다.
고시원 주인 B씨는 A씨가 집을 계약한 후 이곳에 살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B씨는 "집에 들어오지를 않아 A씨에게 전화하니 대뜸 '내가 거기를 왜 가느냐'고 해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사건 당일 이삿짐과 택배 상자가 A씨 집에 배달됐고 비비탄 모형 총기 2정이 이삿짐에 끼어 있었는데 최근 경찰이 가져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합뉴스 취재진이 이 고시원을 찾아가 보니 A씨 집 내부에는 택배 상자와 옷가지 등이 놓여 있었을 뿐 생활 흔적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10대 시절인 2016년 10대 청소년을 강제 추행한 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A씨는 2019년 10대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당시 보호관찰 5년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받았지만,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됐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호관찰 대상자는 주거지에 상주하고 생업에 종사해야 한다.
하지만 보호관찰관들이 모든 관리 대상자 주거지를 찾아가며 상주 여부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성인 담당 보호관찰관 수는 총 398명으로 1인당 보호관찰 사건 수는 83건에 달한다.
보호관찰관들은 관리 대상자들 주거지를 비정기적으로 찾아가거나 주거지 주변에서 대상자 행동들을 지켜보는 방식 등으로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
경남지역 한 현직 보호관찰관은 "관리 대상자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약속 등이 있으니 모든 대상자 집을 매일 찾아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통상 월 1회에서 많으면 3∼4회 정도 방문하는 편"이라며 "주거지 상주 의미를 정확히 정하고 집을 며칠간 비우면 안 된다는 등 세부 규정이 없어 담당 보호관찰관이 그동안의 준수사항 이행 여부와 연락 빈도 등을 종합해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A씨를 담당한 창원보호관찰소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 4일 A씨 등록 주소지인 이 고시원을 찾았으며, 사건 발생 전 A씨에게 전화로 생활 반경 등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보호관찰 대상자 준수사항은 일정량 이상 음주를 하지 말라거나 성실히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등 대상자 자발적 의지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이를 강제할 수 있고 어겼을 시 엄중히 처벌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함께 보호관찰관 인력 충원이 담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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