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법 제344조 이하의 규정에 따라 법원은 문서제출명령을 할 권한이 있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위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당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위 단서 각호에 ‘문서제출명령’이 발령된 경우는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법원이 민사소송법에 의한 문서제출명령으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을 명했을 때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그 자료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23년 7월17일 선고 2018스34 판결)로 법원은 민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있고 전기통신사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민사소송법이 정한 문서제출명령에 의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증거에 관한 규정이 원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②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미 민사소송법 제294조에서 정한 조사의 촉탁의 방법에 따른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확장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 ③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 취지는 법원이 신중하고 엄격한 심리를 거쳐 문서제출명령 제도를 운용함으로써 충분히 구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이 위와 같이 강한 일반적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법원과 관련된 예외사유로는 조사·송부의 촉탁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94조만을 특정하고 있을 뿐 이에 관한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를 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전기통신사업자가 법원에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해서는 규범의 충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규범 충돌의 상황은 특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을 우선함으로써 해소돼야 한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강력히 비판하는 반대의견이 존재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존중돼야 할 것이나, 상당한 반론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법원이 통신사실확인자료에 관한 문서제출명령을 내림에 있어서는 신중한 고려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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