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김민영 기자] “남자 선수들도 피하던 ‘괴물 10대’였다.”
‘당구 요정’ 차유람(휴온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린 드래곤 프로모션의 찰리 윌리엄스가 20여 년 만에 차유람과 다시 만났다.
한국계 미국인인 윌리엄스는 미국 프로 포켓볼 선수 출신으로, 2000년대 한국 포켓볼 활성화를 이끈 핵심 인물이다. 3쿠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한국 포켓볼을 성장시키기 위해 국제 포켓볼 투어를 한국에서 개최했고, 김명진·김영주 등 한국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 포켓볼의 황금기를 열었다.
그가 주도한 국제대회는 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한국 무대로 불러들여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을 높였고,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김경률 등 3쿠션 선수들과 포켓볼 선수들의 이벤트 매치까지 진행하며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무대에서 당시 10대였던 차유람은 ‘당구 요정’으로 불리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한국에서 차유람과 재회한 윌리엄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그날의 기억을 되짚었다.
그는 “그녀는 아마도 내 최고의 제자일 것”이라며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가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 3쿠션 프로 무대에서 활약 중”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차유람의 프로 풀(포켓볼) 선수로서의 커리어는 길지 않았지만, 정말 눈부셨다"고 회상했다.
찰리 윌리엄스, 차유람 세계 무대 데뷔 위해 미국 훈련 주도
17살 차유람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그는 “이 아이를 스타이자 세계 챔피언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미모로 주목받았지만 실력은 과소평가되던 어린 선수를 미국으로 데려가 약 5년 동안 당구 훈련뿐 아니라 영어·글쓰기·미국 문화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유람을 제자를 넘어 ‘동생 혹은 딸 같은 존재’로 느꼈다고 말했다.
차유람은 혹독한 훈련에 불꽃 같은 눈빛을 보낼 때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지시를 거절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넌 곧 세계 최고의 여자 선수들을 이길 거야. 남자 프로들도 넘어설 거야’라고 말하면 차유람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국 성적이 모든 것을 증명했다.
“처음엔 플로리다 남자 프로 투어에서 상금을 받기 시작했고, 곧 여자 대회를 압도했다. 이어 지역 남자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도전하러 온 남자들을 상대로 내기 경기에서도 완승했다. 그러자 플로리다와 타 주의 상위권 남자 선수들조차 그녀와의 내기 경기를 피하기 시작했다.”
"차유람, 남자 선수들도 진땀 흘리게 한 괴물 10대였다"
차유람은 이후 주요 남자 프로대회에서도 상금권에 올랐다.
“토르스텐 호만, 나, 그리고 다른 정상급 선수들까지 전성기였던 우리가 그녀에게 패했다. 카를로 비아도와 제프 델루나는 차유람에게 지고 운동장 벌칙 달리기를 받을까봐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또 한 번은 연습실에서 워밍업 중인 차유람을 본 셰인 반 보닝이 “지금 내 앞에 뭘 풀어놓으려는 거야?”라며 놀라움을 표현했다고.
"차유람은 결국 대만과 중국에서 세계 타이틀을 두 차례 따냈다. 아시아·미국·유럽의 정상급 여자 선수들을 잇달아 꺾었고, 결승에서는 ‘위대한’ 김가영까지 제압했다."
이후 첸시밍, 앨리슨 피셔, 카렌 코어, 저우제위 등 거물들을 하나씩 쓰러뜨린 차유람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25살, 완전히 전성기였고 더 성장할 시간과 타이틀도 충분했지만, 오로지 ‘엄마가 되기 위해’ 스스로 떠났다.”
윌리엄스는 "그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 시절 얘기를 하며 같이 웃었다. 나에게 은근히 반항하던 이야기들, 부모로서의 고민들에 나도 웃으며 공감했다"고 말했다.
차유람, 25살 전성기에 포켓볼 선수 은퇴 선언
"여전히 사람들은 그녀가 얼마나 강한 선수였는지 기억한다. 어떤 운동선수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킬러 본능'을 가진 차유람의 강력한 파워 브레이크에 남자 선수들은 주춤했고, 위협적인 스트로크는 모두를 겁먹게 했다. 그리고 장거리 샷은 베테랑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때로는 "그때 네가 코치했던 그 한국 여자애는 어떻게 된거야? 진짜 미치게 잘 쳤는데"라고 묻기도 한다고.
윌리엄스는 이날 "너, 그만두지만 않았으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 선수가 됐을거야"라고 말했다. 차유람은 "정말요?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물었고, 윌리엄스는 "난 알아. 내가 아는 걸 모두 너에게 가르쳤으니까"라고 답했다.
차유람은 "제가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건 선생님 덕분이에요"라고 화답했다.
한편, 결혼과 함께 당구 선수를 은퇴했던 차유람은 2019년 프로당구 PBA의 출범과 함께 복귀를 선언해 현재 LPBA 투어에서 3쿠션 선수로 활동 중이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차유람은 현재 LPBA 투어 상금랭킹 10위에 올라 있다.
(사진=빌리어즈 DB, 찰리 윌리엄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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