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이 예고했던 총파업을 전격 유보하면서, 11일 전국 열차가 평소와 동일하게 운행됐다. 파업 돌입 시 대규모 교통 혼란이 우려됐던 상황에서 노조가 협상 재개를 조건으로 일단 한발 물러서면서, 출근길과 주말 이동 수요를 포함한 여객·물류 운송은 정상화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노조가 파업을 유보함에 따라 KTX, ITX, 새마을호, 무궁화호는 물론 화물열차까지 전체 열차가 정상 운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역·용산역·대전역·부산역 등 주요 역사의 열차 운행 전광판도 평소와 동일하게 표시되며 혼선을 최소화했다.
철도노조는 앞서 정부 및 코레일과의 교섭이 진전되지 않는다며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중재 요구와 후속 논의를 조건으로 파업을 잠정 유보했다. 노조는 "기관사 인력 부족 해소, 안전 인력 충원, 교대·근무체계 개선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KTX와 일반열차 감축이 불가피했고, 화물열차 운행 차질로 산업계 물류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왔다. 실제로 과거 철도 파업 때는 하루 기준 최대 60% 이상의 화물열차 운행이 멈춰 일부 산업 현장이 생산 차질을 빚은 사례도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유보 결정은 교통·물류 혼란을 막고, 협상의 숨통을 틔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파업 철회가 아닌 '유보'인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노조는 "협상이 성과 없이 지연되거나 정부와 코레일이 이미 제기한 요구를 외면할 경우, 언제든 다시 단체 행동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가 요구하는 핵심 의제는 안전 인력 충원, 기관사·승무원 근무시간 조정, 열차 운행 구조의 안정성 확보, 인건비 및 처우 개선 등이다.
최근 인력 부족으로 장거리 노선의 인력 배치가 빠듯해지고, 안전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현장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반면 코레일은 "필요한 개선 사항은 논의할 수 있지만, 재정 부담과 공공교통 운영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단계적 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역과 용산역 등 수도권 대형 역사는 이날 오전부터 정상 운행 알림 방송과 함께 평소와 비슷한 승객 흐름을 나타냈다. 파업 돌입에 대비해 일부 승객들이 예매를 조정하거나 대체 교통편을 문의하는 상황도 있었으나, 유보 소식이 나오면서 혼란은 빠르게 진정됐다.
승객들은 "교통대란이 걱정됐는데 정상 운행이라 다행", "출퇴근과 출장 일정이 다 무너질 뻔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협상이 길어지면 다시 긴장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정부는 파업 유보 결정에 대해 "교통·물류 안정성을 위해 바람직한 판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협상 과정에서 과도한 요구나 갈등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화물 운송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최근 연말 물류량 증가와 함께 철도 수송 의존도가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철도 파업이 진행됐으면 대체 차량 확보 비용이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며 "유보 결정 덕분에 큰 혼란은 피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와 코레일의 갈등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3년간 안전 인력 충원과 열차 운영 방식, 근무환경 문제를 두고 충돌이 반복돼 왔다. 전문가들은 "안전 인력 부족이 구조적으로 누적되면서 현장 불만이 고조되고, 그때마다 파업이 추진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업 유보는 사실상 본격 협상의 출발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조는 조만간 정부·코레일과의 실무 협상에 참여하며, 인력 충원 규모·예산·근무체계 개선안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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