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 제25대 회장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력 후보인 이시하 후보를 둘러싼 자질 검증론이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최백호, 한동준, 서지음 등 국내 내로라하는 스타 작가 45명이 특정 후보의 '깜깜이 해명'을 비판하며 집단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가 모임 ‘음악을 사랑하는 작가’ 일동은 음저협 선거관리위원회와 협회 측에 이시하 후보의 비리 의혹 소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공식 접수했다. 설립 61주년, 회원 수 6만 명을 돌파하며 자축 분위기여야 할 협회가 리더십 선출을 코앞에 두고 진실 공방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셈이다.
이번 탄원서의 핵심은 돈, 그리고 정직성이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건 이 후보가 과거 홍진영 집행부 시절 수령했다는 거액의 회의비다. 업계 관계자들은 임원도 아닌 일반 위원 신분이었던 그가 각종 회의 참석 명목으로 5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타갔다는 의혹에 강한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논란을 키운 건 이 후보의 태도다. 그는 지난 3일 열린 공청회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카더라' 통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작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 확인을 위해 요청한 '개인정보요청승인'은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로는 결백을 주장하면서, 결백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 접근은 차단한 이중적인 행태가 회원들의 공분을 샀다.
저작권료 수령액 부풀리기 의혹도 쟁점이다. 이 후보는 평소 주변에 자신에게 등록된 80여 곡으로 월 1천만 원 상당의 저작권료를 받는다고 언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히트곡 한 곡 없이도 웬만한 중견 작가 수익을 상회하는 이 수치에 대해 동료 작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의구심을 표해왔다.
이 후보는 공청회 당시 "세부 분배 내역을 공개하겠다"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선거가 코앞인 현재까지 약속했던 분배 내역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은 "후보자가 뱉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신뢰를 담보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탄원서가 뼈아픈 이유는 참여한 면면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낭만에 대하여'의 최백호부터 '엑소·아이브'의 가사를 쓴 서지음, 윤사라, 조은희, 양재선 등 K-POP과 가요계를 지탱하는 핵심 창작자 45명이 뜻을 모았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가 밝힌 발언 및 의혹에 대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원들의 판단은 왜곡될 수 있다"며 "협회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자료를 즉각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음저협은 창작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신탁 단체다. 투명성이 생명인 조직에서 회장 후보자가 기본적인 검증 데이터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한 의혹을 넘어 자질 문제로 직결된다. 16일 선거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이시하 후보가 침묵을 깨고 '통장'을 열어 보일지, 아니면 의혹을 안은 채 강행 돌파를 선택할지 회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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