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양강구도 속 추격자들 합종연횡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은 적자가 늘어나며 부진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쿠팡을 비롯한 이른바 ‘빅(Big)커머스’로 불리는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 구도 재편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추격자인 네이버 커머스의 성장세가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역대급 실적 낸 쿠팡과 네이버
쿠팡Inc가 11월 5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 늘어난 12조 8,000억 원(92억 6,700만 달러), 영업이익도 51.5% 늘어난 2,245억 원을 기록했다.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만 11조 원을 넘어 전년 대비 18% 성장했고,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를 뜻하는 ‘활성 고객 수’는 2,470만 명으로 1년 새 10% 늘었다.
김범석 의장은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고객 지출이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확대되는 구조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투자해온 결과”라며 “한국은 여전히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쿠팡은 직매입 구조와 전국 풀필먼트망을 바탕으로 가격·배송·상품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왔고, 이번 실적에서도 그 기조가 이어졌다. 국내 이커머스는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계까지 포함해 단연 가장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 1,381억 원, 영업이익 5,70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6% 증가했고, 순이익은 38.6% 늘어난 7,347억 원을 달성했다. 사업 부문 중에서는 커머스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는데, 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35.9% 늘어난 9,855억 원으로 네이버 전체 사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3년 전만 해도 커머스 매출은 검색 사업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현재는 검색 부문 사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네이버의 전략은 오픈마켓(스마트스토어)과 개인화 추천, 멤버십 강화, N배송의 조합이다. 즉, 직접 재고와 직매입보다는 많은 판매자가 입점하고, 플랫폼이 사용자 경험·추천·결제망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최근 컬리 등 외부 파트너사와도 손잡으며 쿠팡이 강세를 띠는 신선식품과 생필품 카테고리에도 도전장을 냈다. 최수연 대표는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인공지능(AI) 개인화 적용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처럼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구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쿠팡도 수익성 측면에선 안심하기 어렵다. 쿠팡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억 6,200만 달러였는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7%로 성장세에 비해 수익성이 여전히 낮다. 여기에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수익성 격차는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아마존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10.4%, 알리바바는 12%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낮은 진입장벽 속 과열 경쟁이 지속되고,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직접 운영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의 약 98.6%를 영업비용으로 지출했다. 매출 대부분이 비용으로 소진된 셈이다. 해외의 경우 플랫폼 규제가 강해 진입장벽이 높고, 온라인 쇼핑을 넘어 데이터와 결제, 물류, 콘텐츠를 모두 장악해 수익 구조도 다변화돼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투자가 이어지며 수익성 개선도 더딜 수밖에 없다.
연합, 가성비 등으로 도전장 던진 후발주자
한편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에 맞물린 급격한 외형 확대 과정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투자 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와 G마켓, SSG닷컴, 롯데온 등 주요 이커머스 4개 업체의 올해 3분기(7~9월) 합산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한 850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합산 매출액은 6,333억 원으로 17% 감소했다.
기업별로 보면 11번가는 3분기 매출이 1,0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14% 감소했고, 롯데온도 2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16% 줄었다. 3분기 영업손실은 11번가가 88억 원, 롯데온은 96억 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3분기 영업손실은 G마켓이 244억 원으로 전년 동기(-180억 원)보다 36% 늘었고, SSG닷컴은 42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 규모가 약 2.5배 커졌다. 매출도 G마켓은 1,871억 원, SSG닷컴은 3,18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7%, 18% 감소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감소하고 적자는 확대된 것이다. G마켓과 SSG닷컴의 3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666억 원으로, 같은 기간 이마트가 할인점에서 번 영업이익(548억 원)보다도 더 크다.
다만 전문 쇼핑 채널인 버티컬 업체는 이커머스 업계의 전반적인 부진과 반대로 약진하는 추세다.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역량을 앞세워 소비자를 자체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뷰티 1위 올리브영이나 패션 1위 무신사는 충성 고객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보이고 있고, 네이버와 손을 잡은 컬리의 경우 3분기 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네이버와 제휴 이후 이용자 수(10월 기준)는 340만 명에서 380만 명으로 한 달 만에 11.7%가량 증가했다.
네이버와 컬리의 사례와 같은 합종연횡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공조 체제에 들어섰다. 국내 셀러 기반을 가진 G마켓과, 중국발 초저가·대량 소싱력을 지닌 알리가 손을 잡으면서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저가형 크로스보더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가격 방어선을 직접 자극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의 초대 이사회 의장에 선임되면서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시장 재편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향후 5년 내 거래액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G마켓은 현재 알리바바 계열 동남아 플랫폼 ‘라자다’와 연계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5개국에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내년부터는 남아시아와 남유럽으로 시장을 넓히고, 2027년까지 북미·중남미·중동 등으로 진출해 입점 판매자들의 글로벌 판로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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