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답장에도 번아웃이 온다? ‘읽씹’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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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답장에도 번아웃이 온다? ‘읽씹’의 진짜 이유

코스모폴리탄 2025-12-11 09:00:02 신고

3줄요약

오늘도 친구에게 “답이 늦어서 미안해”라는 형식적인 문장으로 메시지 답장을 시작했다. 12일 전 우리는 아주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내가 돌연 답장을 끊은 것이다. 그 이후로 12일 동안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지냈다. “정말 미안하다면 답장을 빨리 하면 되는 거 아냐?” 친구 말이 맞다. 변화 없이 계속 사과만 하는 건 의미 없으니까. 답장을 늦게 하는 것에 정말 미안한 감정을 느끼긴 하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반반이다. 사실 친구에게 답장을 하지 않은 2주 동안 안 읽음 표시를 매일 떠올렸다. 읽지 않은 메시지 개수가 쌓여갈수록 내 마음속 죄책감도 커졌지만, 정작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답장에 늦는 진짜 이유

실제로 나 같은 사람들, 소위 ‘문자 못하는 사람들(Bad Texter)’에 대한 글은 많이 볼 수 있다. 보통 그런 글들은 ‘문자를 못하는 사람’ 바로 그 당사자들이 직접 쓰곤 한다. 그들은 애매한 사과를 하거나, 허술한 변명을 내놓거나, 혹은 꽤 진지한 설명을 하기도 한다. 내 경우에도 변명의 여지없이 미안한 순간이 꽤 있다. 이를테면 생일 파티 초대 메시지를 열어보지 않아 결국 참석 못 한 지인의 생일 저녁 식사, 넉 달 동안 잠수하듯 답장 안 한 어린 시절 친구들 단톡방, 지금도 듣지 않은 몇 년 된 옛 동료의 음성 메시지 등. 솔직히 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늘 온라인 상태여야 하는 직업 특성상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모두 일처럼 느껴진다거나, 이별을 겪으며 슬픔에 빠져 있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기가 있었던 것, 혹은 PC 버전으로만 메시지를 보내려는 나만의 이상한 규칙 같은 것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습관을 가진 건 나만이 아니다. 내 주변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으니까. 24시간 연락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 여러 사람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코스모폴리탄 UK〉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에 압도된 적이 있는지 설문 조사를 했는데 49%가 ‘가끔’, 27%는 ‘자주’, 12%가 ‘항상’이라고 답했다. 무려 88%가 실시간으로 답장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번아웃’을 겪는 인구가 늘어난 것. 우리가 그동안 알던 번아웃은 주로 장기간의 일 관련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감정적·신체적 소진인데, 디지털 번아웃은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발생한다. 2025년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38%가 스마트 기기에 과하게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싶어 한다. 또 18~34세의 47%는 온라인 활동이 일상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느낀다. 2025년 딜로이트 조사에서는 스마트폰과 멀어지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묻는 질문에 Z세대의 응답자 29%는 지난 1년간 SNS 앱 하나 이상을 삭제했고, 전체 응답자의 50%는 1개 이상의 앱 알람을 꺼두었으며, 18%는 스크린 타임 제한 기능을 설정했다고 답했다.


디지털 번아웃을 의심하라!

이 광범위한 디지털 피로는 팬데믹 후유증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팬데믹 기간 동안 실제 만남을 영상통화나 줌 같은 디지털 활동으로 대체했고, 집은 일터 겸 휴식 공간이자 커뮤니티 공간이 됐으며, 스크린 타임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2년 리즈 대학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영국 성인의 54%가 이전보다 스마트 기기를 더 많이 사용하고,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을 스마트 기기 및 디스플레이 앞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답장 못하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적게 쓰는 건 전혀 아니다. 나의 경우만 해도 휴대폰은 늘 손에 들려 있다. 뉴스를 읽고,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넘기며, 〈뉴욕타임스〉 크로스워드를 시도 때도 없이 푼다. 답장을 보내지 않는 건 단지 누군가와 대화할 기분이 아닌 순간이 많아서일 뿐이다. 임상심리학자 린지 켈리 박사는 말한다. “휴대폰은 지속적인 자극으로 우리의 관심을 끌어당기며 피로감을 유발합니다. ‘항상 접속돼 있는’ 상태에서 오는 디지털 번아웃은 실제로 번아웃 위험을 높이죠. 우리는 메시지들을 통제하기 어렵고, 넘쳐나는 정보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어 “우리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훨씬 소중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같이 보내는 시간마저 휴대폰을 통해 약속하긴 하지만요. 이렇게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으면 ‘나 연결돼 있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라는 느낌이 들지만, 정작 현실의 만남은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대화의 질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휴대폰이 만들어내는 ‘부재중의 존재감(Absent Presence)’ 상태인 거죠”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 문제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심각한 사안인 것은 아니다. 독자 설문 결과 응답자의 11%는 메시지에 즉시 답한다고 했고, 59%는 시간이 날 때 바로, 20%는 며칠이 걸리고, 10%는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고 답했다.


‘칼답’ 전문인 내 친구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물었다. 한 친구는 “나는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려는 마음이 너무 커서, 누가 나를 필요로 하면 바로 답장하게 돼”, 또 다른 친구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방금도 휴대폰에 손이 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메시지를 보냈으니 답했을 뿐이야. 그리고 다시 내 할 일 하면 돼”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착한 친구들은 나처럼 ‘답장 늦는 사람’을 어떻게 견디는 걸까?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너한테 답장이 늦는 건 개인적인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야.” 또 다른 친구는 “우리 우정을 믿기 때문에 네가 나중에라도 답할 거라는 걸 알아”라며 이제는 답장 패턴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사과도 여러 번 하고,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제 대부분의 내 친구는 내가 답장이 늦어도 개인적인 감정은 아니라는 걸 안다.


답장 스트레스에서 탈출하는 법

〈코스모폴리탄 UK〉가 진행한 독자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의 70%가 “친구가 24시간 안에 답장을 안 한다고 무례하다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켈리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만 탓하면 해결이 더 어려워져요. 이건 우리 모두가 직면하는 새로운 사회문제임을 인식하고, 누구에게나 즉각 답장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해요. 자신의 정신 건강을 완전히 희생하지 않고서는 말이죠. 그렇게 이해하면 죄책감도 훨씬 줄어듭니다.” 만약 당신이 ‘답장 잘하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메시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켈리 박사의 조언을 명심하자. “우리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세요.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춰 기술 사용 방식을 조정해야 합니다. 휴대폰이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게 둬서는 안 돼요.” 통제권을 되찾는 것이 결국 모든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그는 말한다. 결론은 이것뿐이다. 내가 답장을 안 해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그냥 지금은… 너랑, 그리고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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