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올해 생명보험엽계는 보험업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을 좌우하는 무게추가 상품이 아닌 '운용'으로 기울고 있다. 이는 금리 변동성 확대와 새 회계제도(IFRS17) 시행으로 수익성 중심 경영이 강화되면서 경쟁의 초점이 상품 판매보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의 매칭 정확도와 스프레드 확보 능력 등의( ALM자산·부채관리)역량이 실적을 방어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IFRS17 도입 이후 생명보험업은 더 이상 보험료 중심의 전통적 모델이 아닌 운용 성과가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로 완전히 이동했다 자산·부채 듀레이션 매칭, 금리·스프레드 리스크 통제, 변액 및 환헤지 전략, 대체투자·해외채권 비중 조정 등 운용 의사결정이 기업가치(EV)·순이익·지급여력비율(K-ICS·킥스)에 즉시 반영되면서, 운용 체계의 정밀도가 곧 실적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리·듀레이션 관리, 대체투자와 환헤지 등 ALM 역량, 킥스에 맞춘 자본 효율성 확보가 다시 생보사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실적 흐름도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있다.
금융감독원의 '2025년 1~9월 보험회사 경영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생명보험사 22곳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8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감소했다. 자산처분·평가이익 등으로 투자손익이 개선됐으나, 손실부담비용 증가 등으로 보험손익이 악화한 탓이다.
같은기간 보험손익은 3조60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급감한 반면 투자손익은 19.4% 증가한 2조7719억원을 기록하며 보험 영업 부진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특히 투자이익 개선을 이끈 핵심은 유가증권의 국공채와 주식 투자 확대였다. 올해 생보사의 유가증권 투자잔액은 683조 675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6% 늘었다. 같은기간 국공채는 349조 8834억원으로 6%, 주식은 60조 345억원으로 28.9% 증가했다.
다만 올해 3분기 생보사의 국공채·주식 투자이익 개선 흐름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빅3’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형사는 국공채 비중을 추가 확대하며 전체 생보업계 국공채 잔액의 53.1%를 차지했다.
삼성생명의 국공채 관련 이익은 98조75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4% 증가했고, 한화생명(47조3116억원)과 교보생명(39조6477억원)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6%, 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형 생보사의 자산운용이익 개선폭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생보사 빅3를 중심으로 운용이익이 쏠리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회사별 대응 전략도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대형사는 글로벌 금리 차이를 활용한 해외채 편입 확대, 환헤지 비용 최적화, 대체투자 구조조정 등을 병행하며 EV 안정과 자본비율 제고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중견사는 장기채권 비중을 늘리고 대체투자를 축소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경량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여기에 디지털 언더라이팅을 접목해 K-ICS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생보사는 모그룹의 글로벌 운용체계를 기반으로 장기금리 자산 중심의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변동성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 생보사 운용 전략이 기업가치 좌우...ALM·규제 대응 '핵심 변수' 부상
금융권에서는 보험사의 장기·실물투자 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 변동성과 규제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생보사가 안정적인 장기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생보사는 그동안 AA급 채권 중심의 보수적 포트폴리오로 리스크를 관리해 왔지만, 금리 변동성 확대와 장기부채 누적이 겹치면서 기존 전략만으로는 불확실성을 통제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종관찰만기 30년 확대 적용을 오는 2035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대신 내년부터 듀레이션갭 규제를 경영실태평가 중 금리리스크 평가항목 지표로 추가해 규제를 강화한다.
최종관찰만기 확대와 듀레이션갭 규제는 모두 ‘부채-자산 관리’가 핵심 축이지만, 부채 측 규제는 유예된 반면 자산 측 규제는 예정대로 도입되는 셈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듀레이션갭 규제로 인해 보험사는 장기채권 등 장기자산 비중을 늘려 듀레이션 격차를 축소해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문제는 장기투자를 늘려야 하는 구조적 과제가 생겼음에도 마땅한 고수익 장기 투자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장 변동성 확대와 규제 부담이 겹치며 투자 여력이 제약받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수익률은 약 3.4%에 머물고 있다. 총 756조원대에 달하는 거대 자산을 굴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제약 속에서 업계는 자산운용 규제 완화, 비상장주식 장기 보유에 대한 회계·분류 개선, 파생상품 기반 ALM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보험사의 운용자산이 1145조원에 달하지만, 금리·부채 구조를 맞추기 위한 규제와 회계 기준이 발목을 잡아 실물·인프라·혁신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솔벤시Ⅱ 개정과 매칭조정 도입으로 보험사의 장기·실물 투자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국내도 헤지회계 확대나 위험자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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