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영업·진로맨` 택한 하이트진로…장인섭, 글로벌 확장 중책 맡는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직원 A씨는 “덕분에 희망이 생겼다”고 했고, 동종업계 임원 B씨는 “할 만한 사람이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트진로 신임 대표에 내정된 장인섭(58) 총괄부사장은 MBTI(성격유형지표) 대문자 E(외향형)에 합리적 소통형 리더로 불린다. 소위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도, 소비재기업의 꽃 영업통(通)도 아니다. 1995년 소주회사 진로에 입사한 이후 2005년 하이트맥주 인수 뒤에도 관리 부문 요직을 두루 거친 30년 경력의 정통 주류맨이다.

하이트진로 신임 대표에 내정된 장인섭 총괄부사장(사진=하이트진로).

이번 인사는 내수 정체를 돌파하고 신사업 고도화를 위해 그의 통합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회사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회사 측이 이번 인사를 “미래 성장 전략과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2011년 김인규 대표 취임 이후 14년 만의 세대교체다. 마케팅·영업 전선에서 활약해온 ‘연세대 출신 하이트맨’이던 기존 김인규 대표와 달리, 장 부사장은 ‘전천후 관리통’으로 꼽힌다.

수원대와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06년 경영전략실 경영진단팀장, 2011년 정책팀장을 맡으며 회사의 큰 방향성을 설계하는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법무·물류·경영지원·공급망(SCM)·대외협력(대관)·홍보(커뮤니케이션) 등 핵심 조직을 거치며 기업 내 크고 작은 이슈들을 조율해 온 ‘숨은 실무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막힌 내수를 뚫기 위해 해외 공급망 확대를 주도한 주역 중 한 명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그는 이제 100년 기업 하이트진로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국내 주류 시장은 인구 감소, 고령화, 젊은 세대의 음주 행태 변화로 구조적 정체에 접어들었다. 대외적으로도 글로벌 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 원가 부담 확대 등 복합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그의 역할은 더욱 무거워졌다. 김인규 체제에서 하이트진로 매출은 2011년 1조3737억 원에서 약 두 배 성장했지만, 올해는 2021년 이후 4년 만에 매출 역성장이 전망된다.

전략·관리 전문가인 장 부사장이 대표로 취임하면 생산·물류·지원 시스템, 재무 구조 등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주·맥주 중심의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강화 및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신규 성장축 발굴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 부사장과 인연이 있는 타 업계 임원 C씨는 “장 부사장은 그룹 전체를 꿰뚫어본다. 대관·관리 업무를 두루 거치며 정무적 감각과 리스크(위기) 대응 능력을 인정받은 실무형 리더”라며 “영업부문과 시너지를 낼 경우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위기를 잘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배들에게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 한 직원은 “소위 꼰대들과 다르다. 회의가 딱딱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때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아랫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라며 “수고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고, 오는 3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