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의 존 F.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FIFA 평화상 목걸이를 직접 목에 걸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지아니 인판티노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반복적으로 훼손했다는 공식 제소가 제기되며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10일(한국시간) “국제 인권·스포츠 거버넌스 감시 단체인 ‘페어스퀘어(FairSquare)’는 최근 FIFA 윤리위원회에 8쪽 분량의 서한을 제출해 인판티노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발언과 행동을 이어오며 FIFA 윤리강령 15조, 즉 정치적 중립의무를 명백히 어겼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페어스퀘어가 지적한 첫 사례는 인판티노 회장이 올해 노벨평화상 발표를 앞두고 자신의 SNS에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한 행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적은 게시물이다. 이 발언은 이스라엘-가자 휴전 문제와 직결된 민감한 정치 사안에 대한 노골적 지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단체는 밝혔다.
이어 그는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 비즈니스 포럼’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매우 가까운 친구”라고 소개하며 “선거로 뽑힌 지도자의 의제는 존중돼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성과는 매우 긍정적”이라는 정치적 발언을 내놨다. 페어스퀘어는 “이는 트럼프의 정치적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논란은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FIFA 월드컵 조추첨 행사에서 정점을 찍었다. FIFA는 별도의 설명이나 절차 공개 없이 신설한 ‘FIFA 평화상’의 첫 수상자로 트럼프 대통령을 선정했고, 인판티노 회장은 시상 무대에서 “이것이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라며 “언제나 당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발언을 덧붙였다. 페어스퀘어는 이 장면이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대한 공개적 지지”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문제 제기는 인판티노 회장이 대선 전야 행사에 초청받은 뒤 공개한 영상이다. 영상 속 그는 “함께라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대표적 정치 캠페인 슬로건 ‘MAGA’를 그대로 차용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지적을 받는다.
페어스퀘어는 FIFA가 월드컵 공동 개최국의 정부와 외교적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외교적 관계 유지와 정치적 편향은 명백히 다른 문제”라며 인판티노 회장의 일련의 행보가 “FIFA의 공신력과 축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단체는 아울러 FIFA 평화상 신설 과정 자체에 대해서도 윤리위원회의 조사 착수를 요청했다. FIFA 이사회나 부회장단조차 논의한 적이 없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선정 기준·심사 절차·심사위원회 모두 불투명한 상태에서 현직 정치 지도자에게 상을 수여한 것은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FIFA는 이번 의혹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지만, 윤리위원회가 정식 조사에 착수할 경우 경고부터 활동 정지까지 다양한 제재가 가능하다. 전 세계 축구 행정의 중심에 선 인판티노 회장이 정치적 중립 논란을 어떻게 돌파할지 국제 스포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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