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와 ‘미스터 MBK’의 김병주(62) 설립자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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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와 ‘미스터 MBK’의 김병주(62) 설립자 그림자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11 04:5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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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10년 전인 2015년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했을 때, 이는 한국 금융 역사상 가장 공격적이며 상징적인 차입매수(LBO) 사례로 기록됐다. 그러나 불과 10년 만에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고, 5,000억 원이 넘는 단기 채권이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하면서 , 한국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뒤흔드는 대규모 스캔들로 비화했다.

  이 사태의 정점에는 MBK파트너스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김병주(Michael B.J. Kim·62)가 서 있다. 그는 2024년 포브스 기준 97억 달러 (약 13조 3,300억 원)의 자산으로 국내 자산가 순위 1위를 기록했을 만큼 , 아시아 사모펀드 업계에서 독보적인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명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그는 , 두산공작기계(2배 수익)와 일본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4배 수익) 등 굵직한 성공 포트폴리오를 통해 MBK 3호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을 20% 내외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는 재무적 투자자(FI)의 성공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나 사회적 책임과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됐다. 과도한 차입을 바탕으로 한 인수 전략과 이어진 자산 매각 행위, 그리고 신용 악화 정보를 은폐했다는 금융 사기 혐의는 '먹튀 자본' 논란을 넘어 검찰의 형사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무리한 베팅과 ‘자산 추출’ 전략의 재앙

 7.2조 원의 부메랑이 된 차입매수(LBO)

 홈플러스 인수는 총 7조 2,000억 원 규모였으며, 이 중 MBK 3호 펀드가 투입한 출자금은 약 3조 2,000억 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상당 부분은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전형적인 고위험 차입매수(LBO) 구조였다. 당시 이미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꺾이고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던 시기였기에 , 막대한 부채 상환 부담은 홈플러스의 미래를 짓눌렀다. 경쟁력 회복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물류, IT, 점포 리모델링)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MBK는 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매각하는 '매각 후 재임차(Sale and Leaseback, S&LB)' 전략을 취했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총 28개 점포 및 물류창고를 매각하여 4조 1,149억 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을 확보했다.

 겉으로는 유동성 확보였지만, 이 S&LB 방식은 고정비(임대료) 부담을 급증시켜 장기적인 수익성을 훼손하는 재무적 자충수였다. 4조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음에도 홈플러스의 차입금 의존도는 2023년 기준 72.6%로 MBK 인수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 지난해 경영 실적은 영업이익 -1,994억 원, 당기순이익 -5,743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지속적인 적자 흐름에도 점포를 팔아 확보한 현금으로 차입금 상환에만 집중했다"며 "경영구조 개선 대책 없이 자산매각 계획만 세우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비판했다. 

공적 기금에까지 전가된 위험

MBK의 핵심 펀드는 성공했으나, 홈플러스 투자에 공동 투자자(LP)로 참여한 공적 성격의 출자자들은 대규모 손실 위기에 놓였다. 특히 국민연금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약 6,000억 원을 투자했으며, MG새마을금고(약 700억 원) 등도 참여해 총 7,000억 원 규모의 RCPS를 조성했다. MBK가 자체 펀드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요 공적 기금에 투자 위험을 전가했다는 모럴 해저드 논란이 제기되었다. 

신용등급 강등과 단기 채권 스캔들: 금융 사기 혐의

홈플러스 사태의 가장 첨예한 쟁점은 기업회생 절차 직전 대규모 단기 채권을 발행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는 의혹이다. 검찰(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은 김병주 MBK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홈플러스 경영진과 MBK가 신용 악화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채권을 발행했는지 여부였다.

사건의 시간표는 다음과 같다.

2월 25일: 홈플러스는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예비 평정 결과를 인지했다.

2월 25일 오후: 홈플러스는 신영증권과 82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2월 27일/28일: 최종 신용등급 강등 통보가 이루어졌다.

3월 4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이러한 행보는 MBK와 홈플러스가 내부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준비하면서 ,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치명적인 내부 정보를 고의로 숨긴 채 단기 채권을 발행하여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전가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해석됐다.

 결국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기업어음(CP)과 ABSTB 등 단기 채권 판매 잔액 총 5,949억 원이 사실상 회수 불가능해졌다. 이 중 증권사 지점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 원(676건)에 달했으며 , 중소기업 등 일반법인 판매분 3,327억 원을 합치면 전체 피해액의 90% 이상인 5,402억 원이 리테일 시장의 개인 투자자와 중소기업에 전가된 셈이다. 

노동자의 눈물과 청산가치 우위의 최종 심판

  MBK 인수 후 홈플러스의 노동 환경은 급격히 악화됐다. 2015년 인수 당시 2만 5,000명이던 직접 고용 인원은 최근 1만 9,500명으로 약 5,500명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업계 공통의 인력 감소 추세라고 해명했지만 ,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이를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전략적 구조조정'이자 노동 강도를 높이는 강제 전환 배치(전배)라고 규탄했다. 노조 관계자는 "2018년까지는 근무지 변경에 대한 거부 사유를 회사가 받아들였지만, 경영 방침이 바뀌면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산가치가 운영 가치를 압도하다

홈플러스 위기의 파국적 정점은 회사 가치 평가에서 드러났다.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회사를 해체하여 자산을 팔았을 때의 가치)를 3조 6,816억 원으로, 계속기업가치(회사를 계속 운영했을 때의 가치)를 2조 5,059억 원으로 평가했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약 1조 1,757억 원 높다는 이 평가는 , MBK의 10년 LBO 및 자산 유동화 전략이 홈플러스의 운영 가치를 체계적으로 파괴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데이터다. 이는 회사를 계속 운영할 경제적 효용이 없음을 의미하며,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법원이 파산 절차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방증이었다.

 위기가 가시화되자 김병주 회장은 국회 현안 질의 불출석으로 비판받았고 ,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는 "내 권한 밖 일"이라고 발언하여 기업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자세에 대한 거센 비판을 받았다.

 MBK는 위기 수습을 위해 2.5조 원 규모의 보통주 무상소각을 추진하고 , 김병주 회장이 개인적으로 600억 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등 사후 조치에 나섰지만, 이미 기업의 근본적인 가치가 훼손된 상황에서 이 조치들이 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PEF)의 재무적 투자 성공 신화가 대규모 금융 시스템 리스크,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손실, 그리고 노동자의 생계를 파괴하는 사회적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북아시아 최대 PEF 회장이 금융 사기 혐의로 형사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는 상황은, PEF의 책임 범위와 윤리적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립을 요구하는 강력한 선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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