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준비하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게 풀이다.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손질하는 과정 못지않게 풀 선택은 중요하다. 풀은 미생물이 발효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먹이 공급원’ 역할을 맡는다. 배추와 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숙성 속도와 맛이 크게 달라진다.
풀로는 대체로 찹쌀 풀과 밀가루 풀이 많이 쓰인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전분 구조, 향, 점성, 발효 속도까지 완전히 다르다. 두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면 김치 종류와 계절에 맞춰 훨씬 안정적인 맛을 만들 수 있다.
전분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숙성 속도
찹쌀 풀은 빠르게 풀어지고, 젖산균이 좋아하는 당으로 변한다. 찹쌀 풀을 끓이면 금세 걸쭉해진다. 찹쌀 전분은 아밀로펙틴 비율이 높아 열을 받는 순간 구조가 쉽게 풀리기 때문이다. 전분이 풀어지는 과정에서 일부는 포도당이나 말토스로 바뀌는데, 이 당 성분을 젖산균이 활발히 쓰게 된다. 젖산 생성이 빠르게 늘면서 김치의 신맛이 또렷해지고 맛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자리 잡는다.
수치도 뚜렷하다. 찹쌀 풀은 100g당 탄수화물 함량이 80.62g으로, 젖산균이 자리 잡기 좋은 조건이 된다. 점성 또한 강해 양념이 잎에 고르게 들러붙어 전체적인 맛 균형을 잡아준다.
이에 비해 밀가루 풀은 단단한 아밀로스 비율이 높아 분해 속도가 느리다. 열을 받아도 쉽게 풀리지 않아 당 생성이 찹쌀 풀보다 뒤늦게 일어난다. 숙성 속도가 자연스럽게 늦춰지며, 김치가 빠르게 익는 흐름을 잡아준다.
풀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김치 향
찹쌀 풀은 단맛이 은은하게 올라와 양념의 감칠맛을 또렷하게 살린다. 여기에 찹쌀에서 나는 구수함이 젓갈의 거친 향을 눌러줘 김치 향이 안정적으로 정돈된다. 그래서 겨울 김장철에는 찹쌀 풀이 거의 기본 선택처럼 자리 잡았다.
반대로 밀가루 풀은 누룽지를 떠올리게 하는 곡물 향이 나며, 이 향이 김치 전체에 퍼져 맛을 부드럽게 만들지만 약간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스타터 역할보다는 숙성 조절 기능에 가깝다.
밀가루는 단백질 함량도 찹쌀보다 높지만, 젖산균은 단백질보다는 전분에서 분해된 당을 선호한다. 결국 발효를 이끄는 건 전분 구조이며, 향은 풀의 재질이 결정한다.
실패하지 않는 풀 비율과 농도 조절 팁
찹쌀 풀은 찹쌀 1과 물 10이 가장 기본이다. 양념을 되직하게 만들고 싶을 때는 물을 7까지 줄인다. 풀을 끓일 때는 타지 않도록 약불에서 천천히 저어주고, 덩어리가 생겼다면 체에 한 번 걸러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밀가루 풀은 더 묽게 맞춰야 한다. 밀가루가 조금만 많아져도 점성이 과하게 생겨 양념이 뭉치고 채소에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 물 10~12를 기본으로 두고 얇게 흘러내릴 정도의 농도로 맞추면 적당하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