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엑스와이지(XYZ)가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아이엘(IL)과 손잡고 제조 현장의 ‘로봇전환(RX, Robot Transformation)’ 실험에 나선다. 단순히 로봇 팔 몇 대를 설치하는 수준이 아니다. 2만 5천 평 규모의 공장 전체를 지능형 생산 체계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0일 서울 성수동 엑스와이지 본사에서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와 송성근 아이엘 대표가 만나 전략적 협력(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의 골자는 명확하다. 아이엘의 제조 하드웨어 인프라에 엑스와이지의 소프트웨어 ‘뇌’를 심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협력 모델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특징이다. 통상적인 스마트팩토리 프로젝트가 설비 도입에 그치는 것과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로봇의 ‘지능화’에 방점을 찍었다.
아이엘은 내년부터 양산 예정인 세미 휴머노이드 형태의 차세대 로봇 ‘아이엘봇(ILBOT)’을 생산 현장에 투입한다. 여기에 엑스와이지가 자체 개발한 로봇 지능 플랫폼 ‘브레인엑스(BRAIN X)’를 탑재하는 방식이다. 아이엘이 로봇 기구 설계와 현장 배치를 맡고, 엑스와이지는 시각 인지와 정밀 조작 알고리즘을 담당한다.
초기 단계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부터 시작된다. 조립 라인의 부품을 집어 옮기는 ‘픽앤플레이스(Pick & Place)’나 선반 간 이송 작업이 첫 타겟이다. 양사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조작 데이터를 수집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한 뒤, 점차 복잡한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현장 변수’와 ‘속도’를 꼽는다. 정해진 환경에서 움직이는 서비스 로봇과 달리, 제조 현장은 1분 1초가 비용과 직결되는 곳이다. 작업자의 동선이 수시로 바뀌고, 공정 속도(Takt Time)를 맞추지 못하면 전체 라인이 멈춘다.
엑스와이지 측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이번에 적용되는 브레인엑스 기술은 기존 음성·비전 기술을 제조업 특성에 맞춰 개량했다. ▲시각 기반 대상 인지 정확도 향상 ▲작업자 동선 및 공정 변화에 따른 동적 판단 로직 ▲실시간 제어 기술 등이 핵심이다. 특히 다품종 소량 생산이 늘어나는 제조 트렌드에 맞춰 적응형 학습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다만 실제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만 가지 돌발 상황을 AI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술 도입과 함께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많은 스마트팩토리 프로젝트가 현장 인력의 적응 실패로 효율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엑스와이지는 ‘엑스와이지 아카데미’를 통해 아이엘 임직원에게 로봇 운영과 유지보수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로봇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는 “이번 협력은 로봇이 단순 자동화를 넘어 지능형 생산 역량의 핵심이 되는 전환점”이라며 “제조 품질과 속도를 동시에 개선하는 한국형 제조 RX 표준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송성근 아이엘 대표 역시 “제조업의 과제인 생산성,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실용적이고 검증된 로봇 자동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시범 라인 구축을 시작으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후 전 공정 확산과 타 제조사로의 플랫폼 확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서비스 로봇 기업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엑스와이지와, 제조 공정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아이엘의 이번 동행이 실제 제조 현장의 생산성 지표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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