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업 기여해달라”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 임문영 AI위원회 부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최교진 교육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K-반도체 육성전략 보고회를 주재하고 반도체 산업 발전 파이가 커지고 그 파이 혜택을 많은 사람이 누리게 되는 등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는데 기업들이 기여를 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분야가 아무래도 우리가 매우 경쟁력을 가지는 전망 있는 영역으로 생각된다"면서 "국가 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이 대전제로 매우 중요하고, 두 번째는 그 파이가 좀 다양하게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어 "그게 아마도 장기적으로 보면 개별 기업들의 성장,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마치 우물을 팔 때 좁게, 작게 파면 빨리 팔 수는 있지만 좀 넓게 파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깊게 팔 수 있는 그런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게 정책 최고책임자로서 소망"이라고 했다. 

이에 "국내 산업 생태계라고 하는 게 제대로 구축되면 좋겠다. 생태계가 튼튼해야 길게 봤을 때 지속적 성장,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균형 발전에 우리 기업들이 기여를 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기업이라고 하는 게 기본적으로 자본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선의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기업인들이 선의가 아니라 기업으로서 유용한 길이 될 수 있도록 세제라든지 특히 규제 분야나 인프라 구축, 인력 공급을 위한 정주 여건 확보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나름대로 준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 이런 것들을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며 "기업도 살고,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는 좋은 길들을 함께 모색해 가면 좋겠다"고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 투자를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의 필요성을 거론하자 "금산분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곽 사장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600조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감사할 일이지만 수도권 집중 문제와 관련이 없지 않다고 짚기도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는 전통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인데 폭발적인 AI 수요 대응을 위해서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제시한 국민성장 펀드 등이 민간투자 활동의 마중물이 되는 매우 의미가 큰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엔비디아, 테슬라, 오픈 AI 등 빅테크 업체들과 실질적인 협력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AI 시대의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쓰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토론에 앞서 'AI 시대, 반도체산업 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세계 최대·최고 클러스터 조성, NPU개발 집중투자, 상생 파운드리 설립, 국방반도체 기술자립, 글로벌 No.1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 반도체 대학원대학 설립,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 등이다. 

반도체 기술개발을 위해 차세대 메모리에 2032년까지 2159억 원, AI 특화 반도체에 2030년까지 1조2676억 원, 화합물 반도체에 2031년까지 2601억 원, 첨단 패키징에 2031년까지 360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2047년까지 약 700조 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팹 10기를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 

이밖에 소부장 품목·기업을 대상으로 R&D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광주(첨단패키징), 부산(전력반도체), 구미(소재·부품)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통해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의 기반을 닦는다고 발표했다.

김 장관은 "우리가 잘하는 반도체 제조 분야는 기업의 투자를 전방위 지원해 세계 1위 초격차를 유지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시스템반도체, 특히 팹리스 분야는 파운드리-수요기업 등 온 생태계를 동원해 10배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이사,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이사, 이진안 앰코코리아 대표이사, 이준혁 동진쎄미켐 회장, 황선욱 ARM코리아 대표이사,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이사, 최한종 ASML 코리아 대표이사,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광진 SK실트론 대표이사, 김녹원 딥엑스 대표이사 등 반도체 관련 기업과 관계 부처, 학계 인사 등이 자리했다. 

정부에서는 구윤철 기재부 장관, 배경훈 과기부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문영 국가AI위원회 상근부위원장, 이호현 기후부 2차관,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이후, X(구 트위터)를 통해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자, 앞으로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미래 산업"이라며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목표는 단순히 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닌, 그 성장이 국민 모두의 삶에 이익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 기업의 성장, 한 지역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지역. 이 두 가지가 함께 만들어질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손잡고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