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경기도 저출생·고령화 정책 진단 및 재구조화 방안’ 보고서는 인구정책 추진체계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인구정책 개선 방안 및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경기도 출산율은 0.79명으로 전년(0.77명)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다.
도의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은 16.6%로 2028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초고령사회 진입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평·연천군은 3년 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포천·동두천시는 관심지역이다. 경기도내 행정읍·면·동은 모두 570개로 이 가운데 23개 주민이 3천명 미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연천군은 절반 이상이 인구 소멸 위기 동네라고 한다.
인구절벽이 가팔라지고 있다. 출산율은 0.7명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생산가능 인구는 급감하고 도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단순한 출산 장려만으로는 더 이상 이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 외부 인구의 수혈 없이는 국가 지속성이 위태롭다.
이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이나 노동자 유입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해법은 재외동포의 유턴(귀국 정착)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는 이미 한국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국내 사회와의 정서적 거리도 짧다. 이들이 가족 단위로 돌아온다면 단순한 인구 유입을 넘어 출산·소비·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재외동포청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재외동포는 약 708만명이다. 이 가운데 40% 이상이 복수국적이 허용된다면 귀국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귀국 인원이 늘면 인구 증가뿐 아니라 연간 수조원대의 경제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잠재력은 충분하다.
2023년 재외동포청이 신설됐고 ‘재외동포기본법’도 제정돼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다고 본다. 하지만 제도적인 걸림돌이 있다. 현행 법무부의 복수국적 제한(65세 이상인 경우만 허용)이 이들의 조기 귀국을 막고 있다. 병역 회피나 세금 문제를 우려하지만 이는 기술적 제도 보완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오히려 복수국적을 완화하면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인재들이 국내에 뿌리 내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한’이 아니라 ‘유연한 허용’이다.
김재호 다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외동포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의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40세로 하향할 경우 경제활동 인구가 많아져 사회·경제적 기여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수국적자의 국내 거주 생활에 따른 생산 효과, 부가가치 효과, 고용유발 효과, 사회보험에 대한 기여와 조세 부담, 복지 혜택과 건강보험 급여 등의 사회적 관점에서 편익과 비용을 비교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내다봤다.
이원화한 재외동포(H2, F4) 비자 체계를 일원화해 비전문 분야 취업 확대를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장은 “이렇게 되면 체류 동포 규모가 현재보다 50만명 정도 추가 유입될 수 있다. 적극적인 재외동포 정책은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대한민국 국가 발전의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구절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대응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단기 출산장려금보다 훨씬 효과적인 해법이 재외동포 유턴이다. 복수국적 하향과 정착 인프라 구축, 지자체 협력만 뒷받침된다면 인구절벽은 ‘한민족 재결합’의 기회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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