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신희재 기자 | 절반 이상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그럼에도 '베테랑 듀오' 최형우(42·삼성 라이온즈)와 양의지(38·두산 베어스)는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해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에는 올 시즌 KBO리그를 빛낸 포지션별 최고 선수 10명이 발표됐다. 그 결과 무려 6명이 생애 첫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경력직은 구자욱(삼성)과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가 외야수, 최형우가 지명타자, 양의지가 포수 부문을 받은 게 전부였다.
올해 시상식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무려 7명이 바뀌었다. 지난해 수상자 중 3루수 김도영(KIA 타이거즈),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는 각각 장기 부상과 시즌 중 방출로 올해 후보 선정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포수 강민호(삼성), 1루수 오스틴 딘(LG 트윈스), 유격수 박찬호(두산)는 강력한 경쟁자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투수 카일 하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루수 김혜성(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KBO리그를 떠났다.
수상자 변동 폭이 큰 가운데 1980년대생인 최형우와 양의지는 최고령, 최다 득표, 최다 수상 기록 등 여러 이정표를 세우며 골든글러브 단골손님다운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날 최형우는 지난해 자신이 세운 최고령(40세 11개월 27일) 기록을 1년 만에 41세 11개월 23일로 갈아치웠다. 또한 강백호(한화 이글스)와 2파전에서 전체 316표 중 309표(97.8%)를 쓸어 담으며 올해 시상식 최다 득표 수상자가 됐다. 양의지는 올해 개인 통산 10회 수상으로 이승엽(전 삼성)이 보유한 역대 최다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그는 포수 부문에서 9회(2014·2015·2016·2018·2019·2020·2022·2023·2025년), 지명타자 부문에서 1회(2021년) 황금장갑을 손에 넣었다.
최근 5년 동안 외야수 부문을 4회(2021·2023·2024·2025년) 수상한 구자욱은 시상식 후 취재진을 만나 두 베테랑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최형우 선배님과 양의지 형이 많이 받는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계속해서 골든글러브를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최형우는 골든글러브를 받은 뒤 단상에 올라 "매년 나이라는 단어와 싸우고 있는데, 지난해도 올해도 이겨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취재진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받은 뒤 '올해도 올 것이다'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최고령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오늘만큼은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KIA 유니폼을 입고 24홈런을 기록한 최형우는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양현종을 비롯한 전 소속팀 후배들을 차례대로 언급했다. 또한 9년 만에 돌아온 삼성의 팬들을 향해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연속 역대 최고령 수상자가 된 비결로 "하루하루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매일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한다.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양의지는 지난해 규정이닝(720이닝)을 채우지 못해 포수 부문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시상식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지난해엔 딸이 밥 먹으면서 '아빠는 왜 시상식 안 가?'라고 물어봐 얼버무리며 답했다. 올해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겨울부터 열심히 준비했다. 오늘은 딸도 같이 왔는데 아침부터 '시상식 간다'고 기뻐했다"고 미소 지었다.
양의지는 올해 130경기에 출전해 726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쓰며 골든글러브 후보에 포함됐다. 이후 타격왕(0.337) 등 한 시즌 내내 꾸준했던 지표를 앞세워 2년 만에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복귀했다. 그는 단상에서 "내년엔 새로 오신 김원형 감독님과 함께 이 자리에서 감독상과 11번째 골든글러브를 같이 받겠다"며 "두산이 올 한 해 부침이 있었는데, (내년에는) 9등이 아닌 좀 더 좋은 성적으로 찾아뵙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올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다퉜던 투수 부문 코디 폰세(한화)와 1루수 르윈 디아즈(삼성)는 큰 이변 없이 1위에 올랐다. 신민재(LG)는 2루수,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은 3루수, 김주원(NC 다이노스)은 유격수, 안현민(KT)은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모두 개인 통산 첫 골든글러브 수상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올해 신설된 감독상의 초대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경은(SSG 랜더스)은 페어플레이상, 박해민(LG)은 골든포토상을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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