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이하 KB금융)가 역대급 규모의 CEO 인사를 앞두고 있다. 올해 말 11개 계열사 중 6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그룹 경영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몇몇 CEO는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반면 경영 능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연임에 경고등이 켜졌단 평가를 받는 CEO도 일부 존재한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번 인사는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연임 승부처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 6개 계열사 CEO 임기 만료…실적 성적표 따라 CEO 경영능력 평가도 엇갈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전체 11개 계열사 가운데 올해 말 CEO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는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등 6곳에 달한다. 이들 계열사 실적이 그룹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는 만큼 이번 인사 역시 실적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히 내년이 양 회장의 임기 마지막 해인 점을 고려할 때 실적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신상필벌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실적만 놓고 봤을 때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인물은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월 구 대표 취임 첫 해 83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7529억원) 대비 11.5% 성장한 수준이다. 올해 역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한 7669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호실적은 손보업계 업황 악화로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역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올린 성과라는 점에서 구 대표의 경영 능력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포스트 양종희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 현대해상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5.4%, 39.4% 순이익이 감소했다.
구 대표에 대한 양 회장의 신임 역시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구 대표는 KB손해보험이 2015년 KB금융에 편입된 이후 처음 임명된 내부 출신 CEO다. 1994년 KB손보의 전신인 럭키화재에 입사한 뒤 사명 변경과 계열 분리를 거친 LIG손해보험에서 경리팀장과 재무부장을 역임했고 LIG손보가 KB금융에 인수된 이후에는 다수의 요직을 거치며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구 대표는 양 회장이 KB손해보험 사장을 맡던 시절 ▲경영전략본부장 상무 ▲경영관리부문장(CFO) 전무 ▲리스크관리본부장(CRO) 전무 등 임원 발탁 이후 매년 파격 승진을 거듭하며 양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기도 했다. 양 회장이 지주 회장에 취임한 직후 처음 실시한 계열사 CEO 인사에서 부사장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표이사로 승진시킨 인물도 바로 구 대표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도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무난하게 연임 문턱을 넘어설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빈 대표는 취임 첫 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그룹 내 순익 기여도를 끌어올렸다. 2024년 KB캐피탈의 순이익은 2222억원으로 전년(1865억원) 대비 20% 가량 상승했다. 올해 역시 3분기 기준 19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전년 동기(1957억원)에 비해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캐피탈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선방' 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같은 기준으로 봤을 때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도 연임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자산운용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67억원으로 전년 동기(585억원) 대비 약 65% 증가했다. 김 대표 취임 직전 해인 2023년 3분기까지 443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배 넘게 늘었다. 김 대표는 30년 가까이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근무한 시장 전문가로 삼성자산운용을 거쳐 2016년 KB자산운용에 합류했다.
반면 올해 부진한 실적으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를 받는 CEO들도 일부 존재한다. 2019년과 2024년 각각 KB증권 CEO로 취임한 김성현(IB)·이홍구(WB) 각자대표는 올해 역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KB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967억원으로 전년 동기(5468억원) 대비 9% 가량 감소했다. 올해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호황 속에 경쟁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KB증권을 제외한 5대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60.9%), 미래에셋증권(+53.2%), NH투자증권(+30.0%), 삼성증권(+5.5%) 등은 모두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관련업계에서는 두 사람은 단순히 실적 외에도 나이와 재임 기간이 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6연임에 도전하는 김 대표는 5대 증권사 대표 중 '최고령·최장수 CEO'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2019년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시절부터 KB증권 대표를 맡아왔던 그는 양 회장 취임 이후에도 자리를 지켜왔다. 다만 최근 금융 전반에 걸쳐 '변화'와 '쇄신'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 1월 KB부동산신탁 수장에 발탁된 성채현 대표도 취임 이후 줄곧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성 대표 취임 첫 해인 지난해 누적 순이익 113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841억원)에 비해 적자폭을 확대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 규모만 17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월부터 KB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서혜자 대표 역시 지난해 말부터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7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냈지만 4분기에만 121억의 당기순실을 내며 1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취임 직전해의 순손실(906억원) 규모와는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번 KB금융 내 계열사 CEO 인사는 철저히 경영 능력을 기반으로 한 신상필벌 기조가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양 회장의 임기가 내년 만료되는 만큼 올해 단호한 교체 없인 연임에 가장 중요한 '실적' 명분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CEO 인사가 양 회장의 '연임 승부처'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KB금융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는 양 회장(위원장)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최재홍·이명활·김선엽 사외이사 등 총 5인으로 구성돼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의 이번 계열사 CEO 인사는 단순히 개인의 연임 여부를 넘어 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며 "내년이 양 회장의 마지막 임기인 만큼 단기적인 성과와 역량을 낼 수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KB금융 계열사 CEO 인사는 단순한 연임 심사를 넘어 그룹 전체의 장기 전략과 조직 문화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특히 이번 인사는 양종희 회장의 마지막 임기와 맞물려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한 평가가 반영된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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