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위축과 절주 문화 확산으로 매출 부진을 겪는 주류업계가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이사 교체와 희망퇴직 등 고강도 쇄신책을 통해 위기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8일 장인섭 전무를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하이트진로의 대표이사 교체는 2011년 김인규 대표 선임 이후 14년 만이다.
1967년생인 장 내정자는 1995년 진로에 입사한 이후 줄곧 하이트진로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2013년 관리 부문 상무에 올랐고 2021년부터 관리 부문 전무로서 경영전략실, 법무, 대외협력, 물류,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해 왔다.
하이트진로가 영업·마케팅 출신이 아닌 이른바 ‘관리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흥 시장의 회복세가 더딘 데다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외형 확장보다 내부 효율 극대화와 재무 건전성 강화를 경영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인사로 해석된다.
장 내정자는 재무와 경영 관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져 향후 하이트진로의 조직을 슬림화하고 비용 구조를 철저히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리스크 관리와 효율성이 중요해진다”며 “새 대표 체제는 수익성 사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와 함께 국내 주류업계 양강 구도를 이루는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내부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창사 7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는 일시적 불황이 아닌 구조적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경영진 내부에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력 감축은 인건비 등 고정비를 대폭 줄여 재무적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업계 1·2위가 이처럼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은 술을 적게 마시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며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이에 따른 매출 타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695억원, 영업이익 5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4%, 22.5% 줄어들었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3분기 전체 실적은 음료와 해외 사업 성장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으나, 주류 매출액은 57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감소했다.
국내 술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인당 주류 소비량은 2008년 9.5L로 정점을 찍은 이후 코로나기를 거치며 2020~2021년 7.7L까지 떨어졌다. 2022년 8L로 다소 회복했지만 2023년 다시 7.8L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류 시장은 단기 경기 사이클을 넘어 구조적인 소비 감소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에는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과 비용 효율화가 주요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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