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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경북 동해안에 자리한 영덕군은 푸른 바다와 함께 울창한 산, 유서 깊은 전통 마을이 어우러진 지역이다. ‘덕이 가득한 지역’이란 의미가 담긴 영덕(盈德)은 이름처럼 자연의 덕이 넘치는 풍요의 땅이기도 하다.
일년 내내 아름다운 이곳에서는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함과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역사적인 공간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또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동해의 풍경 속에서 고즈넉한 여정이 기다린다.
바다가 좋고, 바람이 좋은 지역이지만 예전부터 영덕은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이 닥쳤을 때 혁혁한 공을 세운 명장들의 출신지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치산녹화의 역사를 볼 수 있고, 산림교육과 휴양·치유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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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1981년 낙엽송·편백 등 10여종 나무 시범 조림…치산녹화 홍보·교육 활용
경북 영덕군 창수면 창수리에는 433㏊ 규모의 창수 전시림이 자리잡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대대적인 치산녹화가 진행됐던 1970년대 창수 전시림은 태동했다.
당시 정부는 1982년까지 100만㏊ 조림을 통해 전국 산지를 녹화한다는 ‘1차 치산녹화 10년 계획’을 발표했다. 1973년 봄철에만 전국적으로 11만㏊에 2억 9700만그루를 식재했다. 국토녹화 사업은 10년 단위로 주요 목표를 바꿔 진행된다.
산림청은 1차 치산녹화 10년 계획 기간인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조림권장 수종이었던 낙엽송과 소나무, 리기테다, 잣나무, 전나무, 아까시, 굴참, 가래, 독일가문비, 편백 등 10종의 나무를 이 일대에 시범 조림했다.
산림당국은 사유림 경영의 선도적 역할 및 치산녹화의 교육·홍보를 위해 조림의 전시 공간이 필요했고, 영덕군 창수면이 후보지로 낙점됐다.
1975년부터 1981년까지 7년간 산림당국은 433㏊ 일대에 낙엽송 등 경제수종을 170㏊ 규모로 조림했고, 목재수확을 위한 우량임분 집약관리를 위해 50㏊, 천연림 일반 관리를 위해 213㏊ 등 목적에 맞게 별도 관리했다.
이후 1990~1996년과 1997~2005년 등 두차례에 걸쳐 무육솎아베기, 2006~2010년 간벌, 2013년 천연림 보육 및 솎아베기, 2022~2023년 수익솎아베기, 무육솎아베기 등 숲가꾸기 사업을 꾸준히 실시했다.
그 결과, 창수 전시림은 낙엽송과 소나무, 리기테다, 잣나무, 전나무, 아까시, 굴참, 가래, 독일가문비, 편백 등 다양한 나무를 한곳에서 모두 보고 느낄 수 있는 산림교육의 메카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금도 전국에서 산림과 관련된 학과 학생들은 매년 이곳을 찾아 치산녹화와 함께 수종별 특징과 조림, 숲가꾸기 사업 등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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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관광·교육 자원 활용…지역주민에 송이 채취 허가 등 산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대한민국의 치산녹화 정책은 자랑인 동시에 역사이다. 대한민국 산림녹화 기록물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으며, 세계 유일의 치산녹화의 성공 발자취에 담긴 가치를 국제사회가 인정했다.
최근에는 잘 가꾼 숲이 지역의 관광 자원으로 부상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멸을 늦추는 효과까지 보이고 있다. 영덕 창수 전시림은 지역주민들의 쉼터이자 산촌경제 활성화의 보고이다.
영덕국유림관리소 소속 강신혜 주무관은 “치산녹화 당시 전국에서 조림한 나무를 모두 한곳에서 심어 전시했다는 의미로 창수 전시림으로 명명했다”며 “현재는 경영림으로 목재를 수확한 뒤 다시 식재하고 있다. 또 이 일대는 송이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국유림 양여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소득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낙동정맥을 트레킹하는 탐방객들이 늘고 있고, 산림 관련 학생들의 학습장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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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 전시림은 국유림 무상 양여 사업으로 지역주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박종호(63) 창수면 신기리 이장은 “최근 송이 채취량이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수십여년간 지역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소중한 숲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은 산불예방 활동을 비롯해 임산물 보호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이장은 “대형산불 등 산림재난이 발생하면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며 “다만 몇년전부터 임산물 절도가 심해지면서 경제적 피해가 늘고 있다. 당국이 보다 강력한 단속 및 검거에 나서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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