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만의 필리버스터 중단…여야, ‘의제 범위’ 해석 아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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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만의 필리버스터 중단…여야, ‘의제 범위’ 해석 아전인수

이데일리 2025-12-10 17:08: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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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둘러싼 여야가 대치가 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겨냥해 재적의원 60인 미만 시 필리버스터를 중지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마이크를 ‘의제 외 발언’이라며 차단하면서 여야의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정치가 실종된 여의도에서 필리버스터도 조율이 어렵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온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발언대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9일 본회의서 61년 만에 처음으로 필리버스터 발언 중지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야 충돌로 필리버스터가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 필리버스터 중단 요건 완화 법안(국회법 개정안) 등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을 저지할 방법이 없자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모두 필리버스터를 실시, 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을 짰다.

국민의힘은 이날 네 번째 안건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나 의원이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섰다. 나 의원은 가맹사업법에 대한 토론 대신 민주당 및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에 대한 비판 발언을 시작했다. 이에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의제 내 발언만 하라”고 경고한 후 나 의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연단의 마이크를 끄도록 지시했다.

필리버스터 중 의장이 토론자의 발언을 강제로 중지한 것은 1964년 4월 이후 61년 만이다. 당시 이효상 의장이 김대중 의원의 필리버스터(5시간19분) 중 마이크를 껐다.

이후 여야는 필리버스터 발언이 의제와 관련이 있어야 하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과거 국회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의제 외 발언’ 논란이 있었지만 허용된 전례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제한 토론을 자의적으로, 독단적으로 중단시킨 우원식 국회의장의 국회법 위반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반면 우 의장과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반대 토론은 의제 내에서만 진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우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나 의원은 첫 발언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해당 법안과는 무관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며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천막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모호한 필버 발언 의제 규정…여야 모두 ‘아전인수’ 해석

여야가 충돌한 가장 큰 이유는 국회법 해석 차이다. 우 의장과 민주당은 국회법 102조 규정인 ‘의제와 관계없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과 다른 발언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에 따라 나 의원의 발언 저지가 합당하다고 본다. 필리버스터에도 해당 조항을 준용해 의제에서 벗어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관련 특별 규정인 국회법 106조의2에는 ‘의제 제한’ 조항이 없기에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실제 한국이 필리버스터를 도입할 때 참고한 미국 연방상원도 의제와 무관한 발언을 허용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 미국 연방상원 의원은 2013년 ‘오바마 케어 반대’ 필리버스터 당시 의제와 관련 없는 동화책과 영화 스타워즈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국회 안팎에서도 필리버스터 관련 의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회법 106조의2의 개정으로 무제한 토론에서 ‘발언 원칙’의 예외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다만 국회 내부에서는 의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의장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이른바 ‘8대 악법’이라고 명칭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향후에도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계속 실시할 방침이다. 필리버스터 발언권을 두고 여야 충돌상황이 추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 본회의는 11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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