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NASA 화성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의 먼지 회오리(dust devil)와 모래폭풍에서 발생하는 전기 방전과 미세한 충격파음을 포착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화성 대기에 번개가 존재하는가' 논쟁에 결정적 단서를 제시했다.
이번 발견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1월 26일자로 공개됐다.
◆ 먼지 회오리 속 '미세한 번개', 슈퍼캠 마이크 첫 포착
퍼서비어런스에 탑재된 슈퍼캠(SuperCam) 마이크는 원래 레이저 조사 시 바위 표면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분석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마이크를 활용해 먼지 회오리와 모래폭풍에서 발생하는 전기 방전의 특유의 '파직' 소리를 사상 처음 포착했다.
특히 연구팀은 먼지 회오리 내부에서 공기가 상승하고 회전하면서 먼지 입자가 강한 마찰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전하가 분리돼 실제로 미세한 방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표 가까이의 따뜻한 공기가 상층의 찬 공기를 뚫고 빠르게 올라가면 주변 공기가 그 자리를 채우며 회전 기류가 만들어지고, 이 기류가 먼지를 끌어올린다. 상승한 먼지는 공기와 충돌하며 계속해서 전하를 축적하고, 결국 작은 번개와 같은 방전으로 이어진다.
약 2년 동안의 관측에서 총 55건의 전기 이벤트가 기록됐으며, 이 중 16건은 탐사차 바로 위를 통과한 먼지 회오리에서 발생했다. 나머지 35건은 모래폭풍 대류 전선이 지날 때 감지됐다. 연구팀은 강한 난류가 먼지-공기 입자 간 마찰을 강화해 전하 분리를 촉진한 것으로 해석했다.
NASA 퍼서비어런스팀의 바티스트 치데(Baptiste Chide) 연구원은 "화성 대기는 매우 얇아 마찰대전이 지구보다 훨씬 쉽게 발생한다. 방전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전하량도 적기 때문에 작은 번개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측은 화성 대기 내 전기 방전이 먼지 밀도뿐 아니라 국지적 난류와 상승 기류와도 깊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전기 방전, 화성 대기 화학과 탐사 안전에 새 변수
전기 방전은 화성의 대기 화학에도 중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방전이 발생하면 대기가 충분히 전하를 띠어 화학 반응이 촉진되고, 염소산염(chlorates)과 과염소산염(perchlorates) 같은 산화력이 강한 화합물이 생성될 수 있다. 이들은 지표 유기물을 빠르게 분해해 화성의 화학적 환경을 바꾸는 요인이 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화성에서 관측된 메탄의 빠른 소멸 현상을 설명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거주 가능성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작은 방전이라도 탐사 장비에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것은 퍼서비어런스가 정교한 접지 설계를 통해 전기적 충격을 차단해 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관측은 탐사차 주변 수 m 이내에서 발생한 방전만을 포착했으며, 더 먼 거리의 번개나 대규모 방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퍼서비어런스는 NASA 과학 미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되며,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이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제작과 운용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이 화성 대기 내 전기 활성, 먼지 이동, 화학 반응을 동시에 확인한 사례라며 화성 탐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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