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오픈AI를 비롯해 앤트로픽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연이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국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오픈A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챗GPT 유료 사용자 비율이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AI 수요가 높은데다가 국내 기업들이 AI 전환(AX)에 속도를 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AI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 지사를 설립하거나 설립 계획을 밝힌 글로벌 AI 업체는 오픈AI를 비롯해 안두릴, 코히어, 앤트로픽, 일레븐랩스 등 총 다섯 곳이다. 가장 유명한 생성형 AI ‘챗GPT’의 개발사 오픈AI가 국내에 지사를 먼저 설립했다. 오픈AI 코리아의 경우 대표 선임과 함께 본격 출범한 오픈AI 코리아는 현재 B2B 중심의 20명 미만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오픈AI의 전체 인력 규모는 4000명 이하 수준이다.
이들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법인이나 사무소를 세우고 지사장 선임과 직원 채용 등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한국의 높은 AI 수용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만 15세부터 64세 사이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63.5%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업무 목적으로 활용한 경우는 51.8%로 미국(26.5%)의 약 두 배다.
오픈A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챗GPT 유료 사용자 비율이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챗GPT는 지난 2023년 2월 유료 버전을 국내에 도입했다. 도입한지 3년이 안됐는데도 국내 시장에서 정착이 된 것이다. 챗GPT 일일 메시지는 지난해 6월 4억5000만건에서 올해 6월 26억3000만건으로 1년 만에 약 6배로 늘었다.
전 세계 사용자를 놓고 볼 때 운동, 건강, 생활 정보 등 실용적인 조언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서 번역, 문서나 이메일 작성 등 업무 목적 활용이 29%로 가장 비중이 컸다. 오픈AI 코리아 측은 일상에 스며든 AI 활용과 한국에서의 챗GPT 사용 패턴은 기업의 AI 전환을 가속하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역시 한국이 전세계 사용량 기준 상위 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AI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B2B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오픈AI 한국 지사는 설립부터 B2B 사업을 중점에 두고 GS건설, LG유플러스 등 주요 기업과 손잡고 AX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오픈AI 삼성·SK와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대표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적으로 가치가 큰일은 대부분 기업 안에서 이뤄지므로 AI의 경제적 효과는 기업의 AI 전환으로 실현될 수 있다”며 “오픈AI 코리아가 국내 기업의 AI 전환을 돕는 최적의 파트너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진출 계획을 알린 일레븐랩스도 음성AI 기술을 한국 콘텐츠와 게임 산업, 고객센터 등에 적용하는 B2B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계속 진출하고 있지만 이른바 소버린(주권) AI를 위해 정부가 국내 AI 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발표한 ‘국내 AI스타트업 R&D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023년 기준 AI스타트업의 3년 생존율은 56.2%로 AI일반기업(72.7%)과 전산업 평균(68.8%)을 크게 밑돌았다. 재원 구조에서도 취약성이 드러났다. AI스타트업의 연구개발비 중 정부재원 비중은 22.9%로 전산업 평균(5.7%)의 4배에 달했다. 외부 민간재원 중 기업으로부터 유입되는 비중도 3.6%로 전산업 평균(0.6%)의 6배 수준이다. 정부와 민간 모두의 외부자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인 셈이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글로벌 패권경쟁의 승패는 AI 주도권 확보에 달려있으며,AI스타트업의 생존이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라며 “과감한 R&D 지원과 생태계 정비를 통해 AI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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