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도심런' 발표에 전문가 난색…"서울 현실과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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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도심런' 발표에 전문가 난색…"서울 현실과 맞지 않아"

르데스크 2025-12-10 16:25: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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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부터 '서울 도심런'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책 적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차로만 통제하고 오전 시간대에 운영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은 쿠알라룸푸르의 '카 프리 모닝(Car Free Morning)'을 과도하게 단순 비교한 결과라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도시 구조와 교통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특정 해외 사례를 즉흥적으로 차용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아시아 출장 차 쿠알라룸푸르를 찾은 오 시장은 현지 러닝 행사 '카 프리 모닝(Car Free Morning)'을 벤치마킹해 내년 봄 서울 도심에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카 프리 모닝은 매주 일요일 오전 7∼9시 쿠알라룸푸르 도심 주요 도로를 전면 통제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달리고 걷는 체육 행사다. 그간 탄소배출 저감과 시민 건강 증진,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전체 차로 통제'가 아닌 '일부 차로 통제' 방식으로 도입하겠다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영향 분석이나 시나리오는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의 교통 혼잡도와 인구·차량 밀집도를 고려하면 쿠알라룸푸르식 운영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은 주말에도 도심 기능이 크게 약화되지 않고 교통량이 분산되지 않아, '일부 차로 통제'라고 해도 도심 전반에 정체가 확산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 쿠알라룸푸르 카 프리(car free) 모닝 코스. [사진=쿠알라룸푸르 카 프리 모닝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쿠알라룸푸르의 인구밀도는 1km²당 6543명 수준으로, 같은 기간 서울(1만 570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도심 집중도 역시 차이가 크다. 서울의 구도심·강남·여의도로 이어지는 다핵형 구조는 권역 간 교통 수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도로 일부만 통제해도 특정 지역을 넘어서 광범위하게 정체가 확산될 위험이 존재한다. 반면 쿠알라룸푸르은 중앙업무지구(CBD)를 중심으로 한 단핵 구조여서 특정 도로를 막아도 우회 동선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

 

서울의 대중교통 이용량이 쿠알라룸푸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도 변수다. 지하철·버스망이 촘촘하다는 서울의 장점이 오히려 '이동 수요가 많은 도시에서 도로 기능을 제한하면 충격이 더 크다'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서울시가 한강버스 사례에서 드러난 검증 부족의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정우 한양대 도시물류학과 교수는 "서울은 쿠알라룸푸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도심 밀집도가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시범 운영도 없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시 전역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의 우수한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한강버스 사례처럼 겉보기 좋다는 이유로 무조건 도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전면 도입이 아니라 먼저 일부 시범 지구에서 충분히 운영해 보고 우리 도시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신치현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을 한강버스와 직접적으로 연결해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한강버스가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는 만큼 이를 만회하려는 듯 다양한 신규 제도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신 교수는 "제도 도입 자체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실제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전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쿠알라룸푸르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서울의 도시 구조에 맞는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은 그동안 오세훈 시장이 추진해 온 사업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며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시행 중인 만큼 제도 도입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문제는 말레이시아에서 사례를 한 번 본 것을 근거로 곧바로 서울 도입을 선언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도시 여건이 다른데도 즉흥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강버스처럼 '준비 부족' 비판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충분한 연구와 시범 운영을 거쳐 서울 실정에 맞는 형태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한강버스 등 최근 오 시장이 내놓은 정책 사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또 다른 실험적 사업을 내놓는 것이 맞느냐 등의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강조하는 '시민 참여형 도시 활성화' 구상이라는 취지와 달리 도시 구조·교통 환경·시민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정책 혼선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문예슬 씨(28·여)는 "교통 통제를 전제로 한 사업을 시장이 즉흥적으로 말하는 듯한 태도에 실망스럽다"며 "결국 또 세금이 투입될 텐데 시민 불편과 예산 부담을 어디까지 감수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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