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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은 10일 “수능 영어 영역의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학부모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오 원장의 사임 사실을 발표했다.
지난달 시행한 수능에선 영어가 ‘역대급 불수능’으로 출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1등급을 받은 응시생 비율이 3.11%에 그쳤기 때문이다. 수능 영어는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됐는데 올해가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영어 난이도로 논란이 이어지자 ‘초등생부터 수능 영어를 준비해야 한다’며 사교육을 부추기는 학원 광고까지 등장했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 5일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능 출제·검토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시행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 원장의 사임으로 ‘평가원장 잔혹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초대 박도순 평가원장 이후 연임 1회를 포함, 13대까지 총 12명의 원장 중 임기를 모두 채운 원장은 3명뿐이다. 대부분 수능 출제 오류나 난이도 실패를 이유로 중도 사임했다. 임기 3년을 모두 채운 원장은 1대·4대 정강정 원장, 7대 성태제 원장, 10대 성기선 원장 등이다. 이 중 정 전 원장은 연임 후 5대 원장 재직 중 2008학년도 수능 출제 오류로 사퇴했다.
평가원은 수능을 도입한 1994학년도 이후 올해까지 총 10차례의 출제 오류 논란을 일으켰다. 3대 이종승 원장(2004학년도 국어 출제 오류)을 비롯해 △5대 정강원 원장(2008학년도 물리Ⅱ 복수 정답 사태) △6대 김성열 원장(2010학년도 지구과학Ⅰ 복수 정답 사태) △8대 김성훈 원장(2015학년도 생명과학Ⅱ·영어 출제 오류) △9대 김영수 원장(2017학년도 물리Ⅱ 출제 오류) △11대 강태중 원장(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등이 출제 오류로 물러났다. 반면 7대 성태제 원장은 세계지리 출제 오류로 교육부와 평가원이 소송을 당해 패소했음에도 임기를 모두 채웠다.
오 원장처럼 난이도 실패를 이유로 사퇴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3월 취임한 이규민 12대 원장이 대표적이다.
이 전 원장은 2023년 6월 모의평가 관련 ‘킬러문항’ 논란으로 중도 사퇴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교육부가 평가원 대상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뒤 사흘 만이다.
오 원장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8일 “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험생·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틀 만에 사임했다. 오 원장은 윤 정부에서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을 역임한 뒤 2023년 8월 13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오 원장 사임에 대해 “정권 교체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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