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연루 의혹과 경찰·관세청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증거 불충분·사실무근’이라는 취지의 중간 수사결과를 내놓은 가운데,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내부고발자인 백해룡 경정을 공개적으로 향해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합수단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1월 말레이시아발 필로폰 약 24kg 밀수 사건 관련 세관 직원 7명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세관 직원이 마약 밀수에 공모하거나 범행을 도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관 연루 의혹은 전적으로 말레이시아 국적 밀수범들의 경찰 진술과 현장검증 과정의 진술에만 의존했는데 이 진술 자체가 허위였다는 것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경찰이 2023년 9월 인천공항 현장 실황조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밀수범 A가 중국어 통역을 맡은 것처럼 행동하면서 말레이시아어로 공범 B에게 ‘세관이 도와줬다고 말하라’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장면이 영상에 그대로 찍혀 있었다.
이후 A는 수감 중 공범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찰이 이미 세관 연루 진술을 해놓아서 말을 바꿀 수 없다고 해 그대로 진술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밀수범 A는 처음에는 “농림축산부 동식물 검역대를 통과했다”고 진술했다가 담당 경찰이 “그쪽은 의미가 없다”고 제지하자, 열려 있던 4·5번 세관 검색대를 임의로 지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1월 27일 당시에는 일제검역으로 모든 승객이 검역대를 반드시 통과해야 했던 만큼, 최초 진술이 오히려 객관적 사실과 부합한다는 게 합수단의 설명이다.
합수단은 “허위 진술 외에 세관 공무원과의 접촉·금품수수 등의 물증이나 추가 정황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밀수범 진술만을 근거로 세관 직원들을 피의자로 수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임은정 지검장은 이 같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동부지검에 부임해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많이 당황했다”며 “백 경정이 국회에서 증언한 내용대로라 하더라도 세관 연루 의혹의 ‘증거’는 마약 밀수범들의 경찰 진술과 현장검증 당시 진술뿐이었고, 이 진술은 조사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오락가락했다”고 했다.
이어 “경찰 수사 타깃이 사실상 마약 밀수 조직에서 세관 직원들로 전환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마약 수사의 한 축인 세관 직원들은 마약 밀수 공범으로 몰려 2년이 넘도록 수사를 받느라 마약 수사에 전념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세관 공무원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피해가 컸다고 평가했다.
합수단은 세관 연루 의혹과 함께 경찰·관세청 지휘부가 수사 브리핑을 막고 보도자료에서 세관 관련 내용을 빼도록 지시했다는 이른바 ‘수사 외압’ 의혹도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합수단은 경찰 공보규칙상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은 원칙적으로 공개 금지 대상이며, 세관 압수수색 직전 단계에서 ‘세관 수사 예정’이라는 내용까지 포함한 브리핑을 강행하려는 것은 “수사 기밀 유출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에는 세관 피의자 특정도 안 된 상태였던 만큼 세관을 명시한 브리핑 자체가 무죄추정 원칙과 공보규칙에 어긋났다고 봤다.
대통령실 개입 여부를 두고도 30여 곳 압수수색과 휴대전화 포렌식, 통화내역 분석 등을 진행했으나 “대통령실 관계자와의 연락 정황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검찰·경찰 지휘부까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백해룡 경정을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하라고 지시한 것이 수사 지연에 한 몫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라며 “혼란과 피해를 키운 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뚜렷한 근거도 정황도 없는 황당한 주장을 한 백 경정에게 이 대통령은 수사 권한까지 쥐여주며 힘을 실어줬다”며 “망상에 빠진 경찰의 황당한 주장을 믿고 국가 사법 체계를 허물며 벌인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분명 이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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