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의 마지막 관문이자, 매수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던 ‘중개수수료(복비) 현금 완납’ 관행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재테크 교육 및 콘텐츠 플랫폼으로 시작해 프롭테크(Proptech) 영역으로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월급쟁이부자들(대표 이정환)이 자사 솔루션 내에 카드 및 간편결제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중개업소에서 개별 단말기를 통해 카드를 받는 경우는 있었으나, 플랫폼 차원에서 매물 탐색부터 계약, 수수료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디지털화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적인 부동산 시장의 결제 구조를 디지털 전환(DX) 하려는 시도가 실제 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0일 월급쟁이부자들은 자사가 운영 중인 프롭테크 솔루션 ‘구해줘내집’에 부동산 중개수수료 결제 시스템을 탑재하고 상용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핵심은 소비자가 별도의 현금 준비 없이 앱 내에서 즉시 수수료를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아파트 매매 거래 시 중개수수료는 거래 금액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서울 주요 단지의 경우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매수인은 계약금과 잔금 외에도 이 거액의 수수료를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즉시 지급해야 했다. 자금 흐름이 빡빡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유동성 리스크였다.
이번에 도입된 시스템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물론 토스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주요 간편결제 수단을 모두 지원한다. 특히 신용카드 할부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 소비자가 느끼는 목돈 지출 부담이 물리적으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회사 측은 이를 위해 카드사 및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와 협력하여 고액 결제에 따른 한도 승인 절차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결제 수단만 늘린 것이 아니다. 월급쟁이부자들은 이번 시스템을 통해 부동산 거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불투명한 비용 산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새로 개편된 결제 UX(사용자 경험)는 요율에 기반한 산출 금액, 각종 할인 적용 내역, 부가세(VAT) 등을 명세서처럼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간 현장에서 구두로 협의되거나, 부가세 포함 여부를 두고 중개사와 의뢰인 간에 벌어지던 불필요한 실랑이를 시스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고객 입장에서는 카드 실적 혜택까지 챙기면서, 비용 산정의 근거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 심리적 저항감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제 시스템 도입은 월급쟁이부자들 소속 파트너 공인중개사들의 업무 환경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에는 중개사가 개별적으로 카드 단말기를 신청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등 정산 업무에 리소스를 투입해야 했다. 반면 플랫폼 내 통합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정산 프로세스가 간소화되고, 고객과의 비용 협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 소모도 줄어들게 된다.
업계에서는 월급쟁이부자들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강력한 '플랫폼 락인(Lock-in)'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8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구해줘내집'은 고객의 자산 상황과 니즈에 맞춰 전문가를 배정하고, 매물 탐색부터 계약까지 동행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여기에 '금융(결제)' 기능까지 내재화함으로써, 서비스의 완결성을 높이고 타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시도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존재한다. 수수료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결제 수수료(PG 수수료 등) 부담 주체 문제나, 기존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보수적인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을 얼마나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술적 구현과 별개로 현장 안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환 월급쟁이부자들 대표는 "이번 시스템 개발은 솔루션 생태계 안에서 고객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전략적 결과물"이라며 "프롭테크 영역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O2O 솔루션 완성을 위해 기술 고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해줘내집'은 현재 베타 서비스 운영 중이며, 현장 경험과 실적을 검증받은 소속 공인중개사들이 고객의 내 집 마련 전 과정에 동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5년 말, 부동산 시장의 '현금 뭉치' 관행이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대체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Copyright ⓒ 스타트업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