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가운을 입고 홈쇼핑에 나와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모습은 익숙하다. 하지만 반대로 의사들이 스마트폰 화면 앞에 모여들어 '병원 운영 솔루션'을 쇼핑하는 풍경은 낯설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의료계, 그중에서도 치과 개원가에 '라이브커머스'라는 파격적인 형식이 도입됐고 결과는 의외의 흥행이었다.
AI 의료 통합 플랫폼 기업 와이즈에이아이가 치과의사 커뮤니티 모어덴과 손잡고 진행한 'AI 매출자동화' 라이브커머스 이야기다. 지난 10일 진행된 이번 방송에는 1,000여 곳의 치과 원장들이 접속했다. 병원 경영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난'과 '예약 부도(노쇼)'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개원가의 절박함이 반영된 수치로 읽힌다.
이날 방송의 핵심은 단순했다. "사람이 하던 전화를 AI에게 맡겨라."
패널로 나선 서울샤치과 김진립 원장은 개발사가 아닌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와이즈에이아이의 치과 전용 솔루션 '덴트온'을 현장에 적용했다. 김 원장의 발언은 기능 설명보다 현장의 고충 토로에 가까웠다.
그는 "점심시간이나 진료가 몰리는 피크타임에는 데스크 직원이 전화를 받지 못해 놓치는 환자가 부지기수"라며 "AI 도입 후 65세 이상 임플란트 대상자나 정기검진 도래 환자에게 AI가 먼저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으니, 놓치던 매출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매출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개원의들에게 '직원의 업무 강도를 낮추면서도 재내원율을 높였다'는 경험담은 강력한 소구점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방송 1시간 동안 집계된 도입 상담 문의만 210건, 현장에서 즉시 체결된 계약도 15건에 달했다. 통상적인 B2B 의료기기 영업이 오프라인 미팅과 긴 설득 과정을 거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이번 행사의 흥행 요인은 '타겟팅'의 정교함에 있었다. 모어덴은 치과의사와 치대생 등 확실한 신원이 인증된 유저만 활동하는 폐쇄형 커뮤니티다. 임상 지식부터 세무, 법률 등 개원에 필요한 정보가 오가는 이곳에 와이즈에이아이의 기술력이 얹어지며 시너지를 냈다.
송형석 와이즈에이아이 대표는 "단순히 솔루션을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제 병원 운영의 비효율을 어떻게 걷어낼 수 있는지 증명하는 자리였다"며 "1,000명이 넘는 원장님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병원 내 환자 관리 자동화에 대한 니즈가 폭발 직전이라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와이즈에이아이는 2020년 설립 이후 치과(덴트온), 일반 진료과(에이유), AI 고객센터(SSAM) 등으로 라인업을 세분화하며 시장을 공략해왔다. 회사 측 데이터에 따르면 솔루션 도입 병원의 평균 매출은 34.5% 증가했고, 콜 응답률은 27% 개선됐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CAGR) 138%를 기록 중이다.
물론 AI 도입이 모든 병원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기계적인 응대가 환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그러나 와이즈에이아이는 자체 보유한 추론 엔진과 머신러닝 기술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해 이 같은 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등록된 특허만 28건에 달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앞세워 영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시장 문까지 두드리고 있다.
의료 시장은 보수적이지만, 생존을 위한 변화에는 민감하다.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이라는 이중고 속에, 'AI 직원'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와이즈에이아이가 보여준 이번 라이브커머스의 성공은 의료계의 디지털 전환(DX)이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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