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직장 여성들이 출산 전후로 사용하는 휴가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출산전후휴가 급여 상한액이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2023년 이후 3년 만의 상향 조정으로, 단순한 금액 인상이라기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제도 역전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보정'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출산율 최저치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출산·돌봄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출산전후휴가 정부 지원분의 월 지급 상한액은 기존 210만원에서 10만원 오른 220만원으로 조정된다.
당초 출산휴가 급여에는 상한액과 하한액이 모두 존재한다. 상한액은 노동부가 매년 임금 수준과 재정 여건을 고려해 정하지만, 하한액은 최저임금에 연동돼 자동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내년 최저임금이 1만 320원으로 오르며 월환산액 기준 하한액이 215만6,880원으로 상승하게 되자, 고시된 상한액(210만원)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결국 정부는 이를 피하기 위해 상한액을 급히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출산전후휴가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출산 전·후 총 90일(미숙아 100일, 다태아 120일)을 쓸 수 있는 제도다. 이 중 최소 60일은 통상임금 100%를 회사에서 지급받는 유급휴가다.
대기업 근로자는 이후 30일에 대해 국가가 일부 지원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는 90일 전 기간 동안 정부 지원을 받는다. 출산·육아로 인한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회적 안전망이지만, 지급 기준이 해마다 반복되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다.
이번 상향 조정은 '제도 유지'를 위한 임시 조치에 가깝다는 시각도 많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속도에 비해 상한액 결정 구조는 탄력적이지 않아, 1~2년 내에 다시 역전 현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한액과 상한액의 산정 방식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최근 고용시장 변화도 출산휴가급여 제도 개선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통계상 여성 고용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육아와 출산으로 인한 이직·경력단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다. 많은 직장 여성에게 출산은 곧 소득의 중단과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 요인이다.
특히 중·저임금 근로자는 상한액·하한액 간의 충돌로 인한 정책 혼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월급이 최저임금 선상에 있는 근로자가 다수인 업종에서는 이번 인상이 '형식적 조정'으로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중기업 직장 여성의 경우 상한액에 가깝게 받던 일부 계층은 사실상 수혜 폭이 크지 않다. 즉, 제도의 형평성과 실효성 모두에서 보완 필요성이 드러난 셈이다.
출산율 문제와도 연결된다. 초저출산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정부는 그동안 돌봄·육아·고용 관련 정책을 확대해 왔지만, 많은 시민은 "실질 소득 보전이 되지 않아 체감도가 낮다"고 말한다. 출산휴가급여 역시 대표적인 '좋은 제도지만 체감이 부족한 정책'으로 꼽힌다. 자영업자나 플랫폼 노동자는 출산휴가 제도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사각지대 해소가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노동계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출산휴가급여 상·하한액을 단순 금액 조정이 아닌 '연동 공식 전체의 재설계'가 필요한 단계"라고 지적한다.
경제계는 반대로 "지속적인 급여 상향은 기업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지원을 강화하되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고시를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출산휴가급여는 출산 장려 정책의 핵심 축인 만큼 제도적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산업·임금 구조 변화를 고려한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3년 만에 단행한 이번 상향 조정이 향후 제도 개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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