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민간 배달 플랫폼의 독점 구조를 견제하고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등장한 공공배달앱의 성적표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기도 '배달특급'이나 군산시 '배달의명수', 대구시 '대구로'는 거래액이 줄며 예산 삭감과 존폐 논란에 시달리는 반면 신한은행과 손잡은 '땡겨요'나 제주도의 '먹깨비'처럼 지역 배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같은 공공배달앱 성적표는 '극과 극'…저렴한 수수료만으론 한계 뚜렷
배달의민족 등 민간 배달앱의 중개수수료는 최고 7.8~9.8% 수준인 반면 공공배달앱은 0~2%에 그친다. 2만원짜리 음식을 기준으로 하면 민간앱 이용 시 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약 1700원, 공공앱은 400원대에 불과해 주문 한 건당 1200원 넘는 차이가 발생한다. 한 달 수백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임대료와 인건비에 직결되는 금액이다.
실제 외식업체의 배달앱 이용 행태도 변화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배달앱을 이용하는 외식업체 비율이 늘었음에도 월평균 수수료 지출은 36만8000원(2022년)에서 30만3000원(2024년)으로 17.7% 감소했다. 민간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와 운영 정책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공공배달앱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민간 수수료 인상에 제동이 걸린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연매출 5000만원 미만 영세업체의 공공앱 이용률이 4.0%에서 19.9%로 5배 가까이 증가했고, 5000만~1억원 미만 업체도 7.8%에서 29.2%로 크게 늘어 공공앱이 소상공인 부담 경감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공공배달앱 간 격차는 커지고 있다. 경기도 '배달특급'의 거래액은 2022년 1310억원에서 2024년 556억원으로 57.6%나 줄었다. 군산시 '배달의명수'는 같은 기간 매출이 73억원에서 40억2000만원으로 44.9% 감소했다. 대구시 '대구로' 거래액 또한 18.1% 줄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반면 민관협력형 공공앱인 '땡겨요' 주문액은 551억원에서 1136억원으로 2년 새 106.2% 급증했고 제주 '먹깨비'는 주문 건수와 가맹점 수가 1~2년 사이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공공배달앱인데도 이처럼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 중 하나는 지자체 직영 모델의 구조적 한계가 지목된다. 경기도는 배달특급 지원 예산을 올해 62억원에서 내년 37억원으로 40% 삭감했다. 거래액 자체는 각종 소비쿠폰과 중앙정부 지원사업의 힘을 빌려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재정을 투입해 쿠폰을 발행하는 방식은 결국 도 재정으로 소비자에게 돈을 쥐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실제로 내년 중앙정부 본예산에는 공공배달앱 지원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이벤트성 예산에 기대 성장률을 끌어올리던 지자체 직영 앱들이 '지원 끊긴 뒤의 생존 전략'을 준비하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몰린 셈이다.
기술·서비스 역량의 격차도 뚜렷하다. 다수 지자체 앱은 민간 플랫폼에 비해 입점 점포 수, 앱 안정성, 자체 배달시스템, 라이더 연계 시스템 등 핵심 영역에서 뒤처져 있다. 주문하려고 앱을 열었는데 가게 수가 적거나, 로딩이 느리고 오류가 잦다는 것이다. 리뷰·별점·알고리즘 경쟁이 촘촘하게 작동하는 민간 플랫폼과 달리, 공공앱은 품질 개선을 강제하는 시장 메커니즘이 약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반면 제주형 공공앱 '먹깨비'는 업계 최저 수준인 1.5% 수수료를 앞세우되, 단지 저렴하기만 한 앱으로 머물지 않기 위해 지역화폐 '탐나는전'과 연계한 페이백, 배달비 지원, 게임형 이벤트 등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설계했다. 그 결과 도내 가맹점이 1년 사이 40% 넘게 늘고 이용 건수는 400% 이상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시가 '서울배달+'를 단일화하며 신한은행 '땡겨요'를 운영사로 지정한 뒤 7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이 4.9%p 상승한 사례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정책 설계와 재정 지원을 맡고 신한은행은 플랫폼 운영과 마케팅, 프랜차이즈 가맹 지원 등을 전담하는 구조를 택했다. 중개수수료 2%, 광고비 0원이라는 공공앱의 기본 원칙은 유지하되, 민간의 서비스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온 모델이다.
지자체 공공배달앱 지속가능성 '글쎄'…소비자 중심 서비스 경쟁력 갖춰야
공공배달앱 간의 다른 결과는 수수료율이나 쿠폰 규모 같은 겉으로 드러난 정책보다 플랫폼을 실제로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 서비스 품질을 시장의 속도에 맞춰 개선할 수 있느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공공이 운영하면 착할 것이라는 믿음만으로는 소비자와 점주를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배달앱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낮은 수수료 정책과 지역화폐·쿠폰을 통한 외식비 절감 효과는 분명하지만 지자체 운영형 앱의 이용 감소와 재정 한계, 민간 플랫폼 대비 경쟁력 부족이 누적되면서 공공성과 효율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중장기 재정 계획과 민간 경영기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장에서 플랫폼을 사용하는 당사자는 소상공인과 소비자인 만큼 앱을 누가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편리하고, 얼마나 싸게, 얼마나 안정적으로 주문하고 팔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먹깨비' 사례에서 보듯 점주들은 수수료 절감 못지않게 주문 건수와 배달 효율 개선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소비자 역시 착한 소비를 하자는 구호만으로 앱을 옮기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땡겨요 모델, 제주도-먹깨비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책 설계와 규칙 설정은 공공이 맡되 플랫폼 운영·기술 개발·마케팅은 전문성을 가진 민간에 위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공공은 플랫폼 독과점 견제, 수수료 상한 가이드라인, 소상공인 안전망 설계 등 '룰 메이커' 역할에 집중하고 민간은 사용자 경험(UX), 데이터 분석, 운영 효율화 등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구조다.
재정 투입 방식에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간 공공배달앱에는 각종 소비쿠폰과 할인 이벤트에 예산이 몰리는 경향이 강했다. 단기 거래액을 늘리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지원이 끊기면 이용률이 급락하는 구조다. 예산이 투입된다면 앱 안정성 확보, UI/UX 개편, 라이더 연계 시스템 구축, 고객센터 강화 등 이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 개선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전략도 중요하다. 관광객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는 다국어 지원과 숙소 QR 연동 기능을 도입한 먹깨비의 인포챗 서비스가 실제 수요와 맞물리며 호응을 얻었다. 같은 공공배달앱이라도 지역 현실과 이용자 구성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민간 플랫폼과의 관계 재정립도 과제로 지목된다. 공공배달앱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가 다시 상승 곡선을 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플랫폼 배달 수수료가 최대 9.8%까지 치솟았던 만큼 공공앱의 존재 자체가 민간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공공배달앱이 수수료만 저렴하게 낮추는 것만으로 민간 배달 플랫폼과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조금 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 주도의 앱 만들기 경쟁을 넘어 소비자와 소상공인 기준으로 설계하고 민간의 전문성을 끌어들여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게 과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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