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10일(현지시간)부터 16세 미만의 틱톡, X,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냅챗, 스레드 등 주요 SNS 사용이 금지됐다.
해당 나이의 아동과 청소년은 새로운 SNS 계정을 만들 수도 없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계정은 비활성화된다.
전 세계 최초로 시행된 이번 금지 조치에 전 세계 다른 국가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호주 정부는 이번 금지 조치를 통해 "(아동과 청소년에게) 화면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부추기고, 이들의 건강과 복지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SNS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정부가 올해 초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10~15세 호주 어린이의 96%가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중 10명 중 7명은 여성혐오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 섭식장애 혹은 자살 등을 조장하는 유해 콘텐츠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7명 중 1명은 성인 혹은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청소년으로부터 그루밍을 당했다고 응답했으며, 사이버괴롭힘 피해를 보았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
금지 대상이 된 소셜 플랫폼은?
현재 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플랫폼은 총 10곳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스레드, 틱톡, X, 유튜브, 레딧과 더불어 스트리밍 플랫폼인 킥과 트위치 등이다.
호주 정부는 다음 3가지 주요 기준에 따라 금지 대상 지정 여부를 판단한다:
- 플랫폼의 유일한 또는 "주요 목적"이 2명 혹은 다수의 사용자 간 온라인 상호작용인가
- 사용자가 일부 또는 모든 다른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
- 사용자가 콘텐츠를 게시할 수 있는가
유튜브 키즈, 구글 클래스룸, 왓츠앱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간주돼 금지 조치에서 제외된다.
16세 이하라 할지라도 계정을 따로 생성할 필요가 없는 온라인 플랫폼의 대부분 콘텐츠는 계속 이용 가능하다.
비평가들은 현재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로블록스, 디스코드와 같은 온라인 게임 사이트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달 로블록스는 일부 기능에 사용자 나이 확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지 조치는 어떻게 시행되나?
금지 조치를 위반한 아동과 부모를 처벌하진 않는다.
대신 SNS 기업들은 중대한 위반 사항이 적발되거나 반복적으로 위반할 시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48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정부는 기업들이 플랫폼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차단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여러 사용자 연령 확인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정부 발급 신분증 확인, 얼굴 또는 음성 인식, 또는 온라인상에서의 행동과 상호작용 패턴을 분석해 개인의 나이를 추정하는 소위 "연령 추론" 기술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플랫폼은 사용자의 자기 신고나 부모의 확인만으로는 나이를 확정할 수 없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를 운영하는 모기업 '메타'는 오는 4일부터 청소년 사용자의 계정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16세 미만으로 잘못 분류된 사용자는 얼굴의 나이를 인증할 수 있는 "영상 셀카"를 제출하거나 정부 발급 신분증을 제출하여 제한 조치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스냅챗은 은행 계좌, 사진이 있는 신분증 또는 셀카를 통해 나이를 인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지 조치는 효과가 있을까?
한편 이번 금지 조치에 대해 연령 확인 기술의 한계로 인해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 사용자들도 차단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얼굴 인식 기술은 특히 10대를 대상으로 사용할 때 가장 신뢰도가 낮았다.
잠재적 벌금 규모에 대한 의문도 이어진다.
페이스북 임원 출신인 스티븐 쉴러는 A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타가 (위반 시 벌금인) 5000만 호주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52분 정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금지 조치가 제대로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가 제한적인 탓에 아동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데이트 웹사이트나 게임 플랫폼은 물론, 최근 자살을 부추긴다는 의혹에 불거지고 미성년자와의 "관능적인" 대화로 논란이 된 인공지능(AI) 채팅봇도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SNS 이용법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청소년들은 BBC에 계정이 차단되기 전 가짜 프로필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정부는 SNS 기업들에 이같은 계정을 식별해 삭제하라고 경고했다. 부모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정으로 전환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위치를 숨기는 VPN(가상 사설망) 사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연령 제한 규제 시행 이후 VPN 사용량이 급증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아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 장관 또한 이 금지 조치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달 초, 웰스 장관은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대규모 개혁은 항상 그렇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보호 관련 우려는?
또한 사용자의 연령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과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도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판매되는 몇몇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법안에 개인 데이터에 대한 "강력한 보호"도 담겨 있다고 말한다. 해당 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집한 데이터를 오직 나이 확인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SNS 기업들의 반응은?
지난해 11월 이같은 금지 조치가 통과되자 SNS 기업들은 큰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조치는 실제 시행하기도 어렵고, 우회하기도 쉬우며, 사용자에게는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오히려 이러한 금지 조치로 인해 아동들을 인터넷의 더욱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넣고, 청소년들의 사회적 연결을 박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냅챗을 소유한 스냅과 유튜브는 자신들은 SNS 기업이 아니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며칠 전, 유튜브는 "성급히 제정된" 새 법안으로 인해 아이들이 계정 없이도 플랫폼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돼 "그들을 보호하고자 마련된 바로 부모 통제 기능과 안전 필터가 사라지며" 아이들이 오히려 덜 안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의 모회사인 구글은 자사가 포함된 것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BBC의 논평 요청에는 답하지 않았다.
조기에 청소년 계정 폐쇄에 착수하긴 했지만, 메타는 이번 금지 조치로 인해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앱 전반에서 일관성 없는 보호 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10월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틱톡과 스냅은 이번 금지 조치에 반대하지만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지 조치에 포함된 유일한 호주 기업인 킥은 당국과 "건설적으로" 협력을 이어가면서 "다양한 조치"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금지령 시행 하루 전, 레딧은 법을 따르겠다면서도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 권리를 훼손하는" 법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다른 나라의 청소년 SNS 사용 규제 현황은?
덴마크는 만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노르웨이 역시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프랑스 의회가 실시한 조사는 15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고, 15~18세 청소년에게는 SNS "통금 시간"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스페인 정부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 시 법적 보호자의 허가를 요구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영국에서는 올해 7월 새로운 안전 규정이 도입돼 청소년들을 불법적이고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경우 온라인 기업들은 거액의 벌금을 물 수 있으며, 경영진이 구속될 수도 있다.
한편, 미국 유타주에서 부모 동의 없이 18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려 했으나, 2024년 연방 법원이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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