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카라 장식의 재킷은 COMME DES GARCONS.
요즘 ‘오존(O3ohn) 재미있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사실 데뷔한 지는 시간이 꽤 많이 지났잖아요. 실제로 활동 범위도 굉장히 넓어졌고요
데뷔한 지는 이제 거의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카더가든 형이랑 〈카더정원〉 채널에서 ‘보드게임’을 하면서 올해 많이 관심을 받은 것 같아요. 돌아다니면 많이 알아봐 주시고요.
벨벳 코트는 Dusty White. 모자와 팬츠,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25년이 나름의 터닝 포인트네요
정확히 그렇죠. 지금의 소속사로 옮겨오면서 활동의 폭이 넓어졌어요. 올해 미디어 노출이 많아지면서 있는 그대로 즐겁게 했는데, 자연스럽게 오늘 이 자리까지 흘러온 것 같아요.
사실 ‘음악’과 ‘이름’으로 알려졌을 때와 외적으로 자신의 모습이 알려졌을 때가 다르잖아요. 어떤가요
아주 다르죠. 그리고 좋은 점이 있어요. 결국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를 알게 된 분들이 제 음악까지 들어 주시는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그분들이 콘서트까지 와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죠. 리스너도 많아졌고, 미디어 속 ‘오존’이라는 캐릭터가 확장되고 오존의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에요.
셔츠와 스커트는 모두 COMME DES GARCONS. 넥타이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티스트 오존을 설명할 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오존의 음악은 방송 캐릭터와 꽤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죠. 단어 그대로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음악으로는 정곡을 찌릅니다. 어느 모습에 더 비중이 큰가요
비율로 보자면 7 대 3 정도예요. 차분한 제가 7 혹은 8도 되는 것 같은데, 사실 저는 혼자 있을 때가 많습니다. 주로 혼자있는 편이고, 차분한 상태에서 작업하는 게 대부분의 생활이에요. 그러다 친구들을 만나면 여러분이 유튜브로 만난 모습이 등장하죠. 제가 봤을 때 넉살이나 카더가든 형은 평상시 제가 가진 이 '유머러스한 부분'을 알고 있어서 저의 이런 성격을 끄집어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형들이 저를 잘 알거든요.
스스로 자신의 유머 감각을 믿는 건가요
그렇죠. 저는 광대 출신입니다. 학생 때 저는 항상 친구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그런 모습들이 안으로 숨어들었죠. 사회화가 많이 되었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튀어나오는 ‘광대 본능’은 어쩔 수 없어요.
셔츠와 재킷, 스커트는 모두 COMME DES GARCONS.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존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진지해요. 노래를 많이 내는데 유명하고 싶어하지 않는 뮤지션 같은 느낌이 있죠
정확하게 그런 마음이기도 했어요. 실제로 활동을 많이 하지않은 것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발굴이 되고야 말았죠.
리메이크 앨범의 이름이 수록곡 두 곡의 제목을 그대로 연결한 상태더라고요
앨범명은 노래 제목 그대로 [나는 지금/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이에요. 제가 감히 다른 이름을 지을 수 없겠더라고요. 두 곡 다 정말 좋아하고 엄청 자주 들었던 곡인데, 두 곡의 이름을 이어서 앨범으로 부르는 게 솔직한 것 같았어요. 멋 부리지 않으려고 했고요.
'자주 부르던 곡'이었군요
그렇죠. 이 두 곡은 노래방에도 등록되지 않은 곡이에요. 이 곡들을 선정한 건 정말, 정말, 되게 아끼는 곡이라는 이유가 제일 큽니다. 특히 ‘나는 지금’은 꼭 한번 부르고 싶었어요. 사실 잘 부를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도 있었거든요. 원곡 자체에 굉장히 무게감이 있고 강승원 선배님의 진중함을 제가 가진 깊이로는 흉내를 낼 수조차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이 곡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해석을 해보자고 해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어요. 그만큼 애정이 많이 담긴 곡이에요.
벨벳 더플 코트는 Dusty White. 모자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나는 지금’의 첫 소절의 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떠나 보내는 게 익숙해졌어’라고 시작하는데요. 자전적 이야기인가요
두 곡 모두 이별에 관한 내용이잖아요. 그런데 특정 상황을 인지한 것은 절대 아니고, 그저 저에 대한 이야기에요. 제가 ‘이별’ 자체에 겁을 많이 내요. 모든 상황의 이별에 있어서요. 끝을 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심지어 일을 마치는 것에서도 불안함을 느끼거든요. 이 곡들이 초연하게 이별을 대처하는 것 같지만 사실 부정하거나 피하거나 하는 감정, 이별에 대한 불안함을 담고 싶었어요. 제 입장에서의 전반적인 ‘이별에 대한 감상’이죠.
많은 사람들이 요즘 ‘오존 물이 올랐다’라고 하니 ‘사실 난 음악을 이렇게 진지하게 해’라는 식의 출사표인가요
하하하. 정규 앨범을 내기 전, 빠른 시일 내에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들고 오고 싶었어요. 원래 노래방 가는 거 좋아하고, 다른 사람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니까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곡을 부르게 된 거예요. 의도한 건 아닙니다. 때가 되어서 하게 된 거죠.
곧 콘서트가 있죠
〈휴: 2025〉라는 이름의 단독 콘서트인데요. 12월 26일부터 3일 동안 노들섬 라이브 하우스에서 해요. 몇 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마지막 단독 공연을 했었어요. 오랜만에 하는 거라 부담이 많이 되기도해요. 오히려 연출을 많이 비우려고요. 조금 더 억지 부리지 않고 제 스타일대로, 그리고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들어주고 휴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존의 노래 이야기'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사람 사이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인문학적인 느낌이죠. 제가 담아내고 싶은 건 대부분 솔직함이에요. 꾸밈없이 솔직한 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메시지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곡을 들었을 때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사 작업을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고 책이나 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봐요. 다른 노래들의 가사까지도. 저의 이야기가 사람의 이야기이고, 큰 주제는 그 속에 자리한 사랑에 관한 것들이니까. 사랑이 모든 관계에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공감해주시면 좋겠어요. 제 노래를 듣고 울컥하기도, 기쁘기도, 설레기도 하면서요.
마지막으로 ‘정말 안타깝게도, 이제서야 오존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요
안녕하세요. 오존입니다. 저는 주로 음악을 하고요, 유튜브 채널 이곳저곳에서 저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엔 어려웠는데 지금은 다행히 적응해서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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