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속도를 내던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미신고 해외 거래소와의 불법 거래, 개인정보 무단 유출, 자금세탁 방지 의무 소홀 등 각종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야심 차게 추진하던 기업공개(IPO)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월부터 국내 미신고 해외 거래소인 '빙엑스(BingX)'로부터 약 1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수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결과 이더리움·테더 등 10여종의 코인이 빙엑스 계좌에서 빗썸으로 대거 유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국내 거래소가 미신고 해외 사업자와 거래하거나 오더북(호가창)을 공유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량의 자산 이동은 그 자체로 거래의 일종으로 볼 수 있어 특금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빗썸 측은 "서비스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자금 이동 목적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까지 불거졌다. 빗썸은 지난 9월 호주 소재 거래소 '스텔라'와 오더북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고객 정보 제공 범위다. 빗썸은 회원번호와 주문번호만 제공했다고 공지했으나 이는 한국과 호주 양국 법령상 필수적인 '고객 확인 의무(KYC)'를 이행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빗썸이 공지보다 많은 정보를 넘겼다면 고객 동의 없는 불법 국외 이전이 되고 공지대로만 넘겼다면 상대 거래소가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하게 되는 '외통수'에 걸린다. 강 의원은 "조세피난처에 적을 둔 영세 업체와 무리하게 제휴하며 국내 투자자 보호를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 스텔라의 최대 주주와 모회사인 빙엑스 모두 조세피난처인 케이만제도와 버진아일랜드에 법인을 두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줄로 지목된 캄보디아 '후이원 그룹'과의 거래 사실도 드러났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2021년부터 올 5월까지 후이원 그룹과 145억원 상당의 코인을 거래했다. 미 재무부가 제재를 가한 직후에야 뒤늦게 거래를 차단해 범죄 수익 세탁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악재가 겹치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칼을 빼 들었다. 지난 10월 1일 시작된 빗썸에 대한 현장 검사는 통상 2~3주면 끝나지만 이례적으로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이재원 빗썸 대표까지 소환 조사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받은 과징금(352억원)을 상회하는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빗썸의 IPO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에 속도를 내왔지만 거래소 심사의 핵심인 경영 투명성과 내부 통제에서 낙제점을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의 법규 위반 의혹과 제재 리스크를 안고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설령 통과하더라도 기관 투자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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