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오 시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 같은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8쪽 분량의 공소장에 명씨가 지난 2021년 4·7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본경선 승리를 통한 공천을 확신하지 못한 오 시장 측에 여론조사를 선거 전략으로 쓰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은 나경원 의원과 함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서울시장에서 자진사임한 뒤 9년이 넘는 정치공백으로 당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이 같은 제안을 받아 들였다. 또한 당시 경선 룰에 따라 나 의원이 여성 후보자여서 가점이 부가되는 상황이라 오 시장 측도 본경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은 2021년 1월 20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함께 광진구 한 식당에서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 명씨는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를 여러 번 해서 지명도를 올리고 유리한 여론조사를 해서 선거의 전략으로 쓰자"고 말했다. 이후 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박영선 전 의원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자신이 나 의원보다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고 "국민의힘에서 오직 오세훈만이 이깁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이튿날 1월 22일 같은 대결에서 오 시장이 나 의원에게 뒤처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특검팀은 단기간에 결정되는 당내 경선에서 자신이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오 시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이용했다고 봤다.
이후 오 시장은 명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선거캠프 비서실장이었던 강 전 부시장에게 '명씨와 상의해 여론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 뒤 오 시장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본 뒤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인 김한정 씨에게 대신 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특검팀은 판단했다.
오 시장의 제안에 명씨는 2021년 1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 공표용 여론조사 3회, 비공표용 7회 등 총 10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애 김씨도 2월 1일∼3월 26일 5회에 걸쳐 여론조사 비용 총 3300만원을 명씨 측에 입금한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오 시장 측은 특검측의 공소사실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명씨의 일방적 주장 외에 증거가 없고 그의 가짜 여론조사를 캠프 측이 발견해 틀어진 상태에서 이용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 주장 외엔 증거나 정황 확보에 진척이 없다. 미공표 여론조사는 모두 조작됐다"며 "여러 번 여론조사를 해서 분위기를 바꾼다는 건 명씨가 활동한 소도시에서나 가능할 뿐 서울에선 불가능한 얘기"라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또한 명씨의 여론조사를 두고도 "명씨가 샘플을 부풀려 가짜 여론조사를 만든 게 드러났는데 쓸모없는 여론조사를 거래했다는 설정 자체가 안 맞고, 그것도 우리 쪽 아닌 여의도연구소 등 다른 곳에 줘서 선거에 전혀 영향을 못 미쳤다"며 "가짜 조사가 밝혀졌고, 그것도 캠프 측이 발견해 '우리는 이런 걸 못쓴다'고 해 틀어진 상황이라 갖고 오지도 않았다. 특검 논리처럼 공모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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