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미국서 2조원대 ESS용 LFP 배터리 대형 수주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 'SBB(Samsung Battery Box) 2.0. [사진=삼성SDI]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삼성SDI가 미국에서 2조원 규모를 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LFP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삼성SDI는 10일 미국 법인 삼성SDI아메리카(SDIA)가 현지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 기업과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공급 기간은 2027년부터 약 3년이며, 금액 기준 2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이는 삼성SDI 올해 매출(약 13조원)의 15% 이상에 해당한다.

이번 계약으로 공급되는 LFP 배터리셀은 일체형 ESS 설루션 SBB(Samsung Battery Box) 2.0에 적용된다. SBB는 20피트(ft) 컨테이너에 배터리와 화재 안전장치를 통합한 제품이며, SBB 2.0은 각형 LFP 배터리가 탑재된 첫 모델이다.

삼성SDI는 미국 현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스텔란티스와 함께 가동 중이며,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는 삼원계(NCA) ESS 배터리를 생산 중이나, LFP 라인 확보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수주로 삼성SDI는 삼원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LFP까지 넓히며 ESS용 각형 배터리 글로벌 확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미국 ESS 시장은 SNE리서치 기준 2025년 59GWh에서 2030년 142GWh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춘 LFP 및 각형 폼팩터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SDI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 구조로 내구성이 높고, 내부 열 발생 시 즉각 배출이 가능하도록 벤트·퓨즈 등 안전장치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SBB 2.0에는 이러한 안전성을 한층 강화한 기술도 적용됐다.

또 삼성SDI는 미국 내 유일한 비(非)중국계 각형 배터리 제조사로 알려져 있어 현지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는 이번 계약 외에도 복수 글로벌 고객사와 LFP·삼원계 배터리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장기 계약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안전성은 물론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ESS 제품 공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