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예산 727.9조 원의 거대한 재정 지출 속에서 가장 많은 재원을 빨아들이며 재정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항목은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압도적인 증가세(+20.4조 원)를 이끄는 핵심 동력, 즉 국민연금 관련 국고보조금 및 운영비 지원 등 구조적이고 의무적인 지출이다.
확장적 재정, 임계점에 선 건전성
재정 건전성 지표는 이미 심각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2026년도 예산안 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로 전망되며 , 국가채무는 1,415.2조 원으로 GDP 대비 51.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들은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이 이미 임계점에 근접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의무 지출은 재정 총량의 구조적 위험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 8.1%가 기술 전환(연구개발 19.3% 증가)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안심이 되지만 ,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20.4조 원 증가는 대부분 법정 급여나 사회보험 관련 지출 등 의무 지출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
의무 지출의 증가는 재정의 비가역적인 증가를 초래하여 재정 경직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향후 경제 위기나 세수 감소 상황이 닥쳤을 때, 정부가 재량 지출(연구개발, 인프라 등)을 줄여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해 재정 운용의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6년 예산안에 대해 ‘우선순위 재편이나 정책 기조의 실질적 변화가 부족했다’고 평가하며 ‘재정 총량 관리 부재’를 지적했다.
특히 국민연금 관련 지출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재정 지속가능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국고 투입 규모와 적정성을 다룬다. 이 항목에 대한 분석의 핵심은 대규모 재정 지원이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미래 세대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 의지를 담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성보호 관련 지출(육아휴직 급여 등) 역시 고용보험기금과 일반회계 전입금을 통해 복잡하게 재원이 조달되는데, 이러한 복지 지출의 구조적 증가는 고용보험기금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지는 않는지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퍼붓는 확장 재정의 시험대는 과연 이 대규모 투입이 기대했던 경기 회복과 성장 성과를 견인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만약 재정 투입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51.6%에 달하는 국가채무 비율은 더욱 빠르게 증가하며 중장기 재정 위험을 가속화할 것이다.
정치적 거래의 미묘한 대가
2026년도 예산안은 여야 합의 과정에서 총 4.3조 원의 감액 및 증액 조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과 국민성장펀드 예산은 원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반면 인공지능 지원, 정책 펀드와 함께 예측 불가능한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 유연성 장치인 예비비 항목은 감액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정치적 타협을 위해 미래의 재정 리스크 대응 능력을 일부 희생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연금 지출이 이끄는 재정의 구조적 경직성과 예비비 감액이 보여주는 미래 유연성의 상실은, 727.9조 원이라는 거대한 예산 규모가 사실은 취약한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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