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370만명이 묻는다, 김범석은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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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3370만명이 묻는다, 김범석은 어디 있나

이데일리 2025-12-10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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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전 국민 65%가 털린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런데 쿠팡 오너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열흘 넘는 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상임위원회 현안질의서 박대준 쿠팡 대표는 “김 의장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쿠팡은 국내서 연매출 41조를 올리는 이커머스 1위 업체다. 하지만 책임질 순간만 되면 매번 사라진다. 피해자들은 2차 피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작 답해야 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본질은 김 의장이 강조해온 효율·속도 중심 경영에 있다. 쿠팡은 그간 글로벌 인재 채용을 명분으로 외국인 개발자 비중을 빠르게 늘려왔다. 핵심 데이터 접근 권한이 넓어졌지만 내부 통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인증키를 수년씩 방치하고, 퇴사자 권한 회수조차 자동화하지 않았다. 빠르게 달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안이라는 브레이크를 놓친 셈이다.

물론 쿠팡은 김 의장은 한국 법인 등기이사가 아니므로 직접 책임과는 무관하다 말한다. 그러나 이는 법률적 형식을 근거로 한 주장일 뿐이다. 김 의장은 쿠팡Inc의 차등의결권을 통해 전체 의결권의 74.4%를 행사하며 이사 선임, 투자, 보안 정책 등을 최종 승인한다. 국내 사업 방향도 그의 승인 없이 결정되기 어렵다. 권한은 최고 의사결정권자 수준으로 집중돼 있는데, 책임 국면에서는 미국 국적과 등기이사 부재 구조를 이유로 전면에서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김 의장의 잠행은 이번만이 아니다. 2021년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했을 때도, 올해 물류센터에서 8명의 노동자가 숨졌을 때도 김 의장은 책임자로서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SKT 해킹 때 최태원 회장, SPC 산재 때 허영인 회장이 직접 고개 숙인 것과 대비된다. 대응 방식의 충분함을 떠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전면에 서는 것은 책임자의 최소한 태도다.

이번 유출은 규모와 성격 면에서 훨씬 심각하다. 비인가 접근을 당하고도 자체 모니터링이 아닌 고객 민원으로 12일 뒤에야 인지했고, 신고 규모도 4500건에서 3370만건으로 급변했다. 문자 공지에 ‘유출’ 대신 ‘노출’을 써 책임 희석 논란까지 불거졌다. 모든 과정이 구조적 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 개인정보보호위는 1조원대 과징금을 검토 중이며 최대 4조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빠르고 효율을 중심으로 움직여온 김 의장식 경영에 변화가 필요하다.

김 의장은 지난해에만 보유 주식을 매각해 4800억원이 넘는 차익을 현금화했다. 한국 소비자가 키운 기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갔다. 그런데 3370만명이 피해를 입은 지금, 그는 어디에도 없다. 국민의 분노가 커지는 이유다. 이익은 한국에서 책임은 태평양 건너에 두는 경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17일 청문회를 열고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해외 체류를 이유로 그간 출석을 피해왔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 건은 회사 대리인이 아닌 지배 구조의 당사자가 답해야 할 문제다. 3370만명이 묻고 있다. 김 의장, 당신은 지금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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