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수당이 생겼다. 각오는 했으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내무부 장관님께는 말하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 사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까! 쥐똥만한 용돈으로는 식대하기에도 빠듯했기에 그래야만 했다. 그렇게 나만의 PC는 현실 세계로 나올 준비를 끝낸다. 예산은 500만원. 조텍 RTX 5070ti 그래픽카드를 기반으로 완성코자 보너스 인마이 포켓이라는 어마어마한 범죄(?)를 공모한 지 어언 반년.
하지만 이대로 실행했다가 걸릴것만 같았다. "무슨 돈으로 샀어?" 이런말이 나오지 않을,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실버스톤 SST-FLP02W 케이스. 순간 직감했다. "그래 이거야!" 이거면 절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족히 30년은 되었음직한 레트로 케이스~ 속도 안보인다. 전자제품에 대해선 팔자무식인 마눌이라면 십중팔구~ "누가 버린거 주워왔냐?" 이말 할 것 같다."
1. 현실세계 유부남을 위한 합리(?)적인 케이스
금요일 저녁이면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와 조용히 PC를 켠다. 14인치 모니터 가득 ‘이야기’가 보여주는 파란 화면에 설레 하며 ‘ATDT 01410’을 입력한다. 모뎀의 시끄러운 접속 소음에 잔뜩 긴장하 하며 화면을 바라보며 마침내 화면에 떠오른 ‘환영합니다’란 텍스트 한 줄에 묘한 설렘이 배어난다.
온 집안의 전화를 먹통으로 만들어 결국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해도, 이름도 얼굴도 모를 파란 화면 너머 누군가를 만날 기대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인간의 언어로는 도무지 형용할 만한 표현을 찾기 어려운 긴장과 설렘, 그리고 수많은 감정들이 그 사이를 채워 넣는다.
그러나, 회상하던 시절은 갔다. 제대로 동작하지도 않는 하드웨어를 어떻게든 써먹어 보겠다고 온갖 드라이버를 찾아 헤매고, 간단한 게임 하나를 복사하기 위해 수십 장의 디스켓을 들고 다니던 그 시절은 이제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글쓴이처럼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용자는 이제 아재냄새 풀풀 풍기는 중년이 됐다.
하지만 엄마보다 무서운 마눌이 곁에 있다. 그래도 살길은 찾게 되더라. 용돈을 모으고 나만의 세상을 완성해나간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철부지 아이다. 문제는 "뭔 돈으로 샀어?" 이말이 두렵다. PC를 사고 싶지만 듣기 싫은 말이 자꾸 회상되어 차마 지르지는 못했는데, 이제는 할 수 있다. 눈치볼 것 없이 질러도~ 족히 30년은 되었음직한 세월에 찌든 레트로 디자인이 커버쳐줄 테니~ 걱정 없다.
◆ SilverStone SST-FLP02W 마이크로닉스
분류 : ATX 케이스 / 미들타워
보드 : ATX · M-ATX · M-ITX · SSI-CEB
호환 : VGA 386mm / CPU 쿨러 182mm / 파워 250mm(표준-ATX, 하단 후면)
패널 : 전면 메쉬 / 부분 먼지필터
쿨링 : 기본 3팬(전면 120mm ×2 · 후면 120mm ×1)
확장 : 13.3cm 3개 · 8.9cm 4개 · 6.4cm 2개 / 저장 최대 9개
슬롯 : 수평 7개 · 수직 2개(기본형)
수랭 : 상단 360/280mm · 후면 140/120mm
포트 : USB 3.x(5Gbps) · USB-C(5Gbps)
기능 : 팬 컨트롤러 지원
크기 : 232 × 472 × 494mm (W × D × H)
유통/제조 : 한미마이크로닉스/실버스톤
가격 : 26만 4,000원 (다나와 기준)
2. ATDT 01410을 기억하는 당신을 위한 케이스
지나간 세월을 돌려 세울 순 없지만, 그보다 아쉬운 건 오늘의 우리에게 그 시절을 추억할 작은 소품 하나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아닐까?
10년이 가고 20년이 가도 빛을 발하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시대가 지나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취급을 받는 물건도 있다. 아쉽게도 PC는 시간이 지나면 시대에 뒤떨어진 고물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나이 들고 보니, 과거를 회상할 만한 작은 하드웨어라도 하나 남겨둘 걸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어쩌면 그리운 건 그 시절의 PC나 PC통신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니 어느덧 세상에 찌들어버린 거울 속의 나에게서 젊고 찬란했던 시절의 또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그 기억을 가슴에 남겨두고 살아가는 유저라면 실버스톤 SST-FLP02W 케이스가 있다. 어떤 세대에겐 그저 ‘유부남 에디션’ 정도로 치부될 만한 디자인이라서 더 좋은, 레트로를 외치지만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현대적 감각과 결합을 시도한 제품이 아니다. 오롯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로 가득 찬 빅타워 케이스는 함께 철부지 시절을 건너온 우리네 감성을 뒤흔들 파괴력을 가졌다.
보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을 내지를 세대에게 외형을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FLP02W는 90년대 초반 386/486 시절의 미들타워 케이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ODD 전성시대를 거치며 급격히 확산됐던 다량의 5.25” 베이를 지원하는 빅타워 케이스. 딱 두 스타일을 하나의 케이스에 오롯이 담아냈다.
더구나 유통하는 기업은 다름아닌 마이크로닉스라는 점도 이채롭다. 인터넷이 확산되고, 그간 불편했던 데이터 보관과 복사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으로 CDRW가 대두되던 그 시절, 마니아 10명 중 8~9명은 아마도 마이크로닉스의 AS9000이나 TH-1200 케이스를 사용했을 게 확실하다.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사용자라면 실버스톤 FLP02W가 아마 더 눈에 꽂힐 듯하다.
인터넷이 활발히 보급되던 당시, 이제는 여유로운 속도와 저장공간을 확보한 PC에 사용자가 이용할 만한 소프트웨어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주말에 용산 전자상가를 둘러보면, 이런 소비자를 유혹하는 온갖 불법 복제 CD 판매자가 넘쳐났던 것도 그만큼 소프트웨어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정품 사용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고, 당시로선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각종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저장하는 용도로 CD는 꽤나 대중적으로 사용됐다. 초기에는 CD를 제작할 수 있는 기기는 속도도 낮고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 대중화가 어려웠다. 아마도 2000년 경을 즈음해 CDRW 가격이 10여만 원 대로 낮아지며 당시 마니아의 PC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CD나 DVD를 읽어 들일 드라이브, 그리고 이를 기록할 드라이브. CD나 DVD를 복사하려면 적어도 두 개의 ODD는 기본이었다. 여기에 CDRW에서 DVDRW로 드라이브가 진화하며 기존 드라이브와 새로운 드라이브를 모두 사용하려면 적어도 3~4개의 5.25” 베이가 필요했다. 마니아들이 주로 사용했던 마이크로닉스 AS9000이나 TH-1200이 4개의 5.25” 베이를 가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게 뭐라고, 베이를 가득 채운 드라이브를 보면 그게 또 그렇게 뿌듯했던 건 아마도 글쓴이만의 소회는 아닐 것이다.
아무튼, FLP02W는 3개의 5.25” 베이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했다. ODD가 대중화되기 전, 이 규격의 베이에는 5.25” 플로피 드라이브가 장착되기도 했다. 베이 우측의 레버는 지금은 볼 수도 없는 5.25” 플로피 드라이브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것이다. 한마디로 멋지다.
요즘 세대에겐 FLP02W가 그저 ‘옛날 스타일’로 보일 게 뻔하다. 하지만 PC를 사용한 기간이 오랜 사용자라면 이 케이스 하나에 두 세대의 트렌드를 담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넉넉한 수량의 상단 5.25” 베이는 ODD가 급격히 확장되던 시절, 그러니까 적어도 2000년대 초반 PC 케이스의 전형이다.
그렇다고 FLP02W가 실제로 5.25” 베이를 3개 지원한다고 생각할 소비자는 없겠지만 노파심에 한마디 붙여 두자면, 어디까지나 그 시대의 디자인을 다시금 회상하는 ‘레트로’ 스타일을 적용했을 뿐, 실제 5.25” 드라이브 장착을 위한 베이는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자.
반면, 제어부는 누가 뭐라해도 그 이전 시대, 386/486 시대를 오마쥬했다. 그때를 기억하는 찐 아재의 감성을 자극할 부분이다. 펜티엄4나 그 이상 세대의 PC로 처음 입문한 소비자라면 본 적도 없을 디자인을 다시금 되살려냈다.
요즘처럼 버튼을 가볍게 눌러주는 것만으로 PC에 전원이 인가되는 방식을 ATX라 부른다. 반면 초기 486 시절까지는 물리적 스위치를 직접 눌러 전원을 켜주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AT라고 부른다. FLP02W의 빨간 전원 스위치는 그 시절 AT PC의 전형이다. 케이스에 따라 버튼식으로 만들어진 스위치도 많았지만, 어떤 식이든 전기가 흐르는 접점을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해 주는 방식은 동일하다.
TURBO 스위치와 잠금을 위한 열쇠는 아련하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소비자도 잊고 살았던 디테일이 아닐까? FLP02W는 당시의 PC를 복원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그때의 감성을 잘 살려냈다. 심지어 열쇠의 모양과 동그란 스위치까지 그 시절을 그대로 복각해냈다. 스위치 주변의 은은한 회색 바탕과 당시 주로 사용되던 디스플레이까지. 펜티엄 이전 미들타워 PC 케이스의 전형이다.
참고로 당시 PC는 꽤나 고가의 장비였다. 믿을 수 없게도, 30여년 전 쓸 만한 PC 한 대를 구입하려면 150만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했다. 이 수준의 금액이면 지금도 제법 괜찮은 PC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니 당시의 화폐가치를 고려하면 얼마나 비싼 물건이었는지 짐작이 된다.
그런 PC를 누군가 마음대로 만진다? 지금과 달리 명령어 한 줄 잘못 넣으면 모든 게 엉망이 되곤 하던 그때의 PC에겐 있을 수 없는 일. 그래서 적용한 것이 바로 저 잠금장치였다. 열쇠로 PC를 잠그면, 어떤 명령어도 입력되지 않아 사용자 외에는 누구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TURBO 버튼은 PC를 잘 활용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당시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던 386이나 새로 출시돼 세상을 휩쓸던 486DX 등의 프로세서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래서 페르시아 왕자가 광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도대체 컨트롤이라는 게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이때 터보 버튼을 꺼주면, 프로세서의 동작속도가 낮아지며 게임의 진행속도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말이다. 당시 486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빠른 펜티엄이 나올 줄은…
FLP02W의 TURBO 버튼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동작하지 않을 것임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엄청난 고성능 하드웨어가 막대한 열을 뿜어내는 시대가 됐으니 이에 맞게 진화했다. 과거의 터보 버튼이 프로세서를 최고속도/중간속도로 동작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FLP02W의 터보 버튼은 쿨링 솔루션을 최고 속도/PWM으로 동작시키는 스위치로 진화했다.
TURBO 버튼을 누르면 시스템에 장착된 모든 쿨링팬이 최고속도로 동작하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에 시스템 내부의 열을 빠르게 냉각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터보를 끄면 원래의 PWM 모드로 돌아가며, 오른쪽의 디스플레이에는 팬의 PWM 듀티 사이클이 표시된다.
3. 겉은 레트로, 속은 현대적인 레이아웃
당시의 케이스에는 USB 포트가 없었다. USB라는 인터페이스가 제정되기도 전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고, 대개의 PC는 작은 스피커를 통해 앵앵거리는 비프음 수준의 소리만을 낼 수 있었다. 그나마 1987년 야마하의 YM3812 칩셋으로 FM 합성 방식의 사운드를 내는 애들립(Ad Lib)이 아후 서서히 보급되며 PC에서도 사운드를 재생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후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사운드 블래스터, 옥소리, 사운드트랙 등 다양한 사운드카드가 출시되며 그나마 지금과 비슷한 음원과 미디 재생이 가능해졌다. 그러니 당시의 PC 케이스에 오디오 잭이 없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사운드는 별도의 애드온 카드를 통해 구현해야 했던 고급 기능이었다.
FLP02W가 USB와 오디오 잭을 전면 상단의 도어 뒤에 숨긴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게도 지원해야 하지만, USB와 오디오 잭이 드러나는 순간 이 케이스는 과거이 그것과 다르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꼭 필요한 포트는 지원하되, 디자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 커버 뒤로 숨기는 방식을 선택했다.
상단 도어를 열면, 두 개의 Type-A 포트와 하나의 Type-C 포트, 그리고 오디오 잭이 드러난다. 책상 위나 아래 등 어느 위치에 PC를 배치해도 접근이 용이한 위치이므로 사용에는 불편이 없다. 아울러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커버를 닫아 온전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
FLP02W가 이렇게 철저히 옛 기억을 되살려냈지만, 적어도 상단만큼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최근의 프로세서가 뿜어내는 발열을 해소하려면 수냉쿨러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때문에 어떤 케이스라도 수냉쿨러의 라디에이터를 장착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상단 전체를 마름모꼴의 에어홀로 처리해 레트로 감성은 살리고 라디에이터로부터 배출되는 공기를 외부로 발산하도록 구성했다. 후면의 핸드 스크류 하나만 풀어내면 손쉽게 상단 패널 전체를 제거할 수 있는데, 패널 안쪽으로 먼지필터가 장착돼 있어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파워를 상단에 장착하던 과거의 케이스와 달리 FLP02W는 특유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드와 편의성 등의 디테일은 최신 하드웨어에 맞게 모두 조정했다.
특히, 하단에 파워가 장착되는 케이스는 쿨링팬이 바닥에서 흡입하는 공기에 대한 대책이 필수적이다. 가장 많은 먼지가 내려앉는 위치이고 보면, 이곳의 먼지필터는 PC 케이스에 적용되는 먼지필터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행이 FLP02W에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먼지필터를 장착했다. 후면 보다는 전면으로 빼내는 것이 조금은 관리가 편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먼지필터의 구조나 견고함, 깔끔한 마감은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다. 실버스톤의 명성답게 퀄리티 자체는 감탄할 만큼 대단하다.
FLP02W이 어떻게 남다른 디테일을 갖게 됐는지 설명하려면 과거의 케이스가 어땠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를 풀어내다 보니 외형에 대한 설명이 다소 길어졌는데, 그럼에도 FLP02W는 2025년에 등장한 신제품이다. 20~30여 년 전에 사용되던 PC 케이스의 디자인을 차용했다 해도 내부는 최신 하드웨어를 넉넉히 수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구조를 최적화했다.
상단에는 360mm 라디에이터를 넉넉하게 장착할 수 있으며, 서버를 위한 SSI-CEB, ATX부터 Mini-ITX까지 대부분의 메인보드를 장착할 수 있다. 182mm 높이의 공랭쿨러도 무리 없이 장착할 수 있어 FLP02W를 이용해 고성능 시스템을 안전하게 구축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는 386mm까지 장착할 수 있다. RTX 5090을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만큼 하드웨어 선택에 문제가 될 부분은 거의 없는 셈이다. 아울러 최근의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엄청난 무게로 인해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휨 현상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그래픽카드 지지대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내부 하단에 장착된 두 개의 베이를 이용해 HDD나 SSD를 장착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 최근케이스의 경우 대부분 파워 앞이나 후면의 플레이트 등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FLP02W는 해당 부분을 이용할 수도 있고, 이렇게 메인보드쪽 내부공간에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도 있다. 좌측 사이드 패널을 열면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라서 관리도 한결 편리하다.
전면에는 공기 흡입을 위한 2개의 120mm 쿨링팬이 기본 제공되며, 후면에도 동일한 쿨링팬 하나가 추가로 제공된다. 내부를 드러내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ARGB는 굳이 필요치 않은 느낌이므로 모든 쿨링팬에 조명효과가 따로 부여되진 않았다. 사용자에 따라 후면의 120mm 쿨링팬은 140mm로 교체할 수도 있도록 지원한다.
파워 전면의 베이에는 두 개의 3.5” 드라이브(HDD)를 장착할 수 있다. 아울러 파워 바로 위의 패널에도 2개의 2.5” 드라이브(SSD)를 장착할 수 있다. 우측면에 총 4개, 반대편에 2개 등 넉넉하게 6개의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 있다. 이만하면 M.2가 일반화된 현재의 PC 환경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의 드라이브 지원이다. 적어도 베이가 부족해 스토리지를 장착하지 못할 일은 없다.
파워 서플라이 장착 공간 역시 최대 250mm까지 지원한다. ATX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가 140mm이고, 최근의 고용량 파워 서플라이라도 170mm~200mm 정도의 길이를 갖는 게 일반적이므로 파워의 장착과 모듈러 케이블의 정리를 위한 공간까지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다.
TURBO 버튼을 이용해 내부의 쿨링팬을 최고속도로 구동하려면 이를 위한 별도의 허브가 필요하다. 최근 출시되는 고급형 케이스의 그것과 비슷한 구조인데, SATA 커넥터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고 하나의 메인 커넥터를 이용해 연결된 모든 쿨링팬을 PWM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게 지원한다. 최대 6개의 쿨링팬을 일괄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 시스템 세팅(하드웨어 구성)
① CPU - AMD 라이젠9-6세대 9950X3D (그래니트 릿지)
② M/B - ASRock B850 스틸레전드 WiFi 대원씨티에스
③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5-6400 CL32 PRO Overclocking 32GB(16Gx2) 대원씨티에스
④ SSD - 마이크론 크루셜 P710 2TB Gen5 NVMe SSD 대원씨티에스
⑤ VGA - option
⑥ 쿨러 - 이엠텍 레드빗 ICE 240 RGB 수냉 쿨러
⑦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1050W 80PLUS골드 풀모듈러 ATX3.1 화이트
** IT 커뮤니티 '빌런 = https://villain.city/ ' 테스트LAB 팀과 공동 작업하였습니다.
4.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추억은 되돌려 드립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분야에서 레트로 열풍이 불었다. 카메라나 의류, 심지어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레트로는 현대 시장을 이끌어가는 명확한 트렌드 중 하나가 되었다. 과거의 스타일을 다시금 되살려냄으로써 가장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을 중장년층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으며, 젊은 층에게는 과거의 느낌과 세련된 스타일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새로운 스타일을 제공하는 채널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FLP02W가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 어렵다. 제품을 출시한 마이크로닉스에게 조금은 미안한 얘기지만, FLP02W는 레트로한 감성과 트렌디한 스타일, 그리고 세련된 감각을 모두 아우르는 요즘의 레트로 열풍과는 명확하게 선을 긋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FLP02W는 레트로 스타일을 받아들이면서도 요즘 세대에게도 어필할 만한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하기를 거부했다. 기능적 부분에서는 최신 하드웨어를 무리 없이 탑재할 수 있도록 당연히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스타일은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딱 10여 년간 PC 시장의 스탠다드로 군림했던 스타일을 그대로 복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과거의 요소를 곁들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 아니라, 과거의 스타일을 그대로 복각한 제품에 가깝다.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이 디자인이 받아들여질지 글쓴이로서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비싼 유부남 에디션’ 정도로 취급받을 위험성도 커 보인다.
특히, 전면이나 측면을 모두 패널로 가린 탓에 ARGB 효과를 단 1도 기대할 수 없는 점, 완벽하리만치 그 시절의 PC 케이스를 복원한 탓에 오히려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현대적 디자인 요소가 결여된 좀 등도 이 제품이 모든 소비층에 어필할 수 있을지 조금은 우려스럽게 만드는 지점이다.
반면, 아련하게 그때를 추억하며 살아가는 세대에게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발휘하기 충분한 제품이다. 딸깍 스위치를 켜 줘야 작동하는 PC, 그 시절과 똑같은 밝은 회색 바탕의 둥근 터보버튼과 시스템 잠금 열쇠 등… 참을 수 있겠는가?
아름답게 기억되는 그 시절을 향수할 수 있는 아이템 하나쯤 남기고 싶은 소비자라면 FLP02W는 그저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고 흐뭇해지는 묘한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다. 모르긴 몰라도, 누군가에겐 RTX 5090보다 더 만족스러운 하드웨어가 되어줄 수 있는 제품이 바로 FLP02W이다.
추억하고픈 건 지난 세월이 아니라, 그 시절과 함께 가버린 찬란한 젊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른다는 노랫말처럼, 이제서야 되돌아보니 참 눈부시던 시절이었구나를 새삼 느끼는 세대에게 FLP02W는 그 젊은 날을 되돌려 놓아줄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ARGB와 화려한 조명에 식상함을 느끼던 소비자에게도 FLP02W는 분명 묘한 느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철제 패널로 완전히 가려져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시스템, 그러나 커버를 열면 믿을 수 없는 최신 고사양 하드웨어가 탑재된 반전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케이스이다.
By 오국환 에디터 sadcaf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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