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가…생각 바꿀 때"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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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가…생각 바꿀 때"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진단

폴리뉴스 2025-12-10 00:06:55 신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초청 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민주 기자]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현 국가안보실장)과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북한 비핵화 협상의 최전선에 섰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며 "지금은 생각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초청 강연에서 지난 10월말 출간한 '좋은 담장 좋은 이웃'에서 제시한 한반도 현실과 미래 비전을 풀어냈다. 

2016년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발간한 그는 "그로부터 1년도 안 된 2017년 한반도가 전환점에 들어섰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고, 그해 말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기 이전에는 시간을 벌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한국과 함께 북한을 설득하려 했다"며 "그러나 북한이 2017년에 핵이라는 고개를 넘어섰다"고 했다. 

이어 "상상하기 어려웠던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등장했다가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었다가 다시 트럼프가 돌아온 것도 현실"이라며 "사실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며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정책은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초청 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민주 기자]

NSS서 '한반도 비핵화' 빠져…"한국이 위협 아래 있어야 다루기 쉬워"

송 전 장관은 최근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빠진 것에 대해 "트럼프 입장에서는 진전없는 정책을 명시해도 정치적 득점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은 어차피 북한 핵 위협 아래 살고, 이는 그가 다루기에 더 편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핵 보유 이전과 이후의 입장 차이"라며 "세습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조건 정비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북·중·러 관계 변화와 관련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러 관계가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며 "군사·기술·경제를 보완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선 중국에 더해 러시아까지 '이중 방어벽'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북핵 위협, 美 핵우산 위력 등으로 국가 전략적 선택 제약"

송 전 장관은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과 미국 핵우산의 위력 ▲대륙으로부터 분리된 '섬나라' ▲전략적 선택의 제약 등 '삼중의 속박'에 놓여 있다고 표현했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해 "상대는 핵을 갖고 있고 우리는 없다는 사실 자체가 끝없는 위협"이라며, 미국 핵우산 역시 "한미간 팩트시트에서 한국이 미국에 총 5580억 달러라는 우리나라 1년 GDP와 거의 비슷한 막대한 규모를 협상하는데 있어서 미국이 실제 말을 했든 안 했든 '미국 뜻대로 하지 않으면 핵우산을 조정할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은 대륙에서, 북한은 해양에서 분리돼 있다. 섬나라보다 더 불리한 조건"이라며 "국가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선택의 여지를 넓히는 것인데 이런 제약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국가의 전략적 선택을 크게 제한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확대오찬회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확대오찬회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한미동맹, 자립형으로 가야…핵 잠재력·전작권 확보해야"

송 전 장관은 주한미군에 관해 "미국은 필요로 하는 동안 주둔하는 것이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군대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구조"라며 "아무리 첨단무기가 많아도 내가 내 나라를 지킬 힘이 없다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으로 "의존형 동맹이 아니라 자립형 동맹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핵무기를 가지면 좋겠지만 보유하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며 "북한처럼 제재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핵무기를 무기화하지 않은 채 잠재력만 확보하고 작전통제권을 한국이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미국은 민주주의·시장경제 기반 통일을,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자주적 통일'을 원한다"며 "가까운 미래의 통일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을 앞세우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변국을 찾아 지지를 요청하지만, 그 대가로 통상·무기·문화유산 등 각종 협상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북 공존을 위해 '자립적 한미동맹'과 '잠재적 핵 능력'을 토대로 한 "대립적 공존"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한반도에서는 공격용이 아닌 방어 중심, 비공세적 국방 정책이 맞다"며 "이런 정상적 이웃 관계가 구축되면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한국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훨씬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월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낮아…하노이 회담서 이미 틀어져"

내년 4월로 거론되는 트럼프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선 "별로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이미 틀어졌다"며 "미국은 영변 외 다른 핵시설 폐기까지 요구했고 북한은 부분 해제가 아닌 전면 제재 해제를 주장해 타협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도출된 한미 팩트시트에 담긴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핵추진잠수함' 이슈에 대해선 "논의 테이블에 올린 건 잘했지만 좀 더 구체화했어야 했다"며 "핵 잠수함을 포함한 군사적 이용까지 꺼내 들면서 애매한 상태가 됐다. 핵 연료 주기 완성을 통한 평화적 이용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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