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2월 7일자 웹사이트 보도에서, 세계 경제가 올해 직면했던 각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재점화했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2025년 글로벌 GDP 성장률은 약 3% 수준으로 작년과 비슷한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실업률은 대부분 국가에서 낮게 유지됐고, 글로벌 증시도 재차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주요 우려 요인으로 남아 있으며, OECD 회원국 상당수는 중앙은행의 2% 목표를 상회하는 물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36개 주요 선진경제를 대상으로 인플레이션율, 인플레이션 폭, GDP 성장, 고용, 증시 성과 등 다섯 가지 지표를 종합해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서 회복을 지속해온 남유럽이 다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올해의 최고 경제체’에 오른 스페인을 이어, 2025년에는 포르투갈이 1위를 차지했다.
높은 GDP 성장률, 낮은 인플레이션, 강세를 보인 증시가 주요 요인이었다. 2010년대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그리스와 스페인 역시 상위권에 올랐으며, 2023년 경기 혼란을 겪었던 이스라엘도 강한 회복세를 이어갔다. 아일랜드는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놓쳤다.
반면 북유럽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에스토니아, 핀란드, 슬로바키아가 하위권에 머물렀고, 독일과 영국은 다소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정치적 혼란이 지속된 프랑스는 의외로 양호한 경제 점수를 기록했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부담 속에 중위권에 머무르며 이탈리아보다 낮은 순위를 나타냈다.
핵심 인플레이션율은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였다. 터키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이례적으로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에스토니아는 2025년 3분기 핵심 인플레이션율이 약 7%에 달하며 뒤를 이었다. 영국 역시 작년보다 소폭 개선됐음에도 4% 수준으로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대로 스웨덴은 핵심 인플레이션율이 거의 0까지 떨어지는 저인플레이션을 보이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다. 핀란드, 스위스 등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본은 과거 대비 인플레이션율이 올랐지만 과열로 볼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물가 상승이 얼마나 폭넓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인플레이션 폭’ 지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됐다.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가격 상승 품목 비중이 확대되었고, 특히 호주에서는 소비자 바구니 중 85% 이상의 품목이 연간 2% 이상의 가격 상승을 보였다.
경제 성장과 고용 측면에서는 포르투갈이 돋보였다. 관광업 호조와 외국 부유층 유입을 겨냥한 세제 혜택 덕분에 GDP 성장률이 유럽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체코와 콜롬비아도 생산량과 고용률 모두에서 강한 흐름을 보이며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한국은 고용 감소가 나타났고, 원자재·해운업 의존도가 높은 노르웨이는 글로벌 무역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아일랜드의 12%대 GDP 성장률은 겉보기에는 놀라운 수치지만, 다국적 기업의 이익 이전으로 인해 통계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증시 성과 역시 국가별 격차가 뚜렷했다. 미국은 단단한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꾸준히 상승했지만 올해 상승폭 자체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프랑스도 LVMH 등 대기업 주가가 정체되며 미약한 상승에 그쳤다. 반면 덴마크는 다이어트약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해 노보노디스크 주가가 60% 급락하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체코 증시는 올해 비교적 강한 흐름을 보여 주목을 받았으며, 그중에서도 이스라엘 증시는 국가 내 최대 기업인 롬멜은행 주가가 70% 가까이 급등하며 두드러졌다. 포르투갈 역시 주식시장이 연간 20% 이상 상승하며 ‘최고 경제체’의 명성을 뒷받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통계를 분석한 결과, 특정 연도에 ‘올해의 최고 경제체’로 선정된 국가의 주식시장은 다음 해에도 평균 20% 안팎의 추가 상승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5년 1위를 차지한 포르투갈의 경제와 증시는 내년에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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