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통일교의 유착 의혹의 중심에 있는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과거 통일교 간부와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은 일교에 은혜를 입은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교가 2022년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교인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어서 향후 특검 수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건희특검팀이 통일교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정치인들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후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특검팀은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며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특검이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며 김건희특검팀을 고발했다.
건진법사 "尹 대통령 당선, 통일교 은혜입은 것…김건희도 납득"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성배씨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2022년 3월 대선 전후로 전씨와 통일교 간부의 통화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전씨는 2022년 3월 30일 대선 이후 통일교 간부 이모씨와의 대화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통일교에 은혜를 입은 것"이라며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님도 충분히 납득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은혜 입었잖아요. 대통령 당선 시켜주셨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검은 통일교가 교인을 집단으로 동원해 윤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공소장에는 대선 직전이던 2022년 3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통일교 간부들을 불러 모아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통일교 자금 1억 4,400만 원을 쪼개기 방식으로 국민의힘 광역시도당에 지원했다고 적시됐다.
대선 후 윤 전 본부장과 김건희씨의 통화에서도 이러한 정황이 확인된다.
김씨가 "이번에 너무 애 많이 써줘서 감사드린다"고 하자 윤 전 본부장은 "총재님은 애초에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했고 저희가 교회만이 아니라 학교나 대한민국 조직, 기업체까지 동원했다"고 말했다.
즉, 이날 공개된 전씨의 통화 내용은 통일교가 윤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교단 차원에서 힘을 썼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교 간부 "민주당도 지원" 파장…특검 "수사대상 아냐"
김건희특검, '통일교 민주당 접촉 사건' 경찰 국수본에 이첩
이날 법정에서는 윤영호 전 본부장이 통일교 간부 이모씨에게 2022년 2월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두고 민주당에 접촉을 시도했던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재생됐다.
윤 전 본부장은 이씨에게 "간단하게 축사처럼…. 여권을 하려면 일전에 이 장관님하고 두 군데 어프로치 했다. 그건 그거대로 하고, 이건 오피셜하게 가자"며 "정진상 실장이나 그 밑 쪽은 화상대담이잖아요. 힐러리 전 미국 국무장관 정도는 될 것 같아요. 제가 어프로치한 건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정도다. 저커버그(메타플랫폼 CEO)는 피하네요"라고 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20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히며 해당 녹취록을 언급한 바 있다.
윤 전 본부장은 "2017∼2021년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접근)했고, 그중 두 명은 한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말했다.
또, 지난 8월 특검팀 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의원 2명에게 각각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해진다.
한 명에겐 2018∼2019년 현금 4천만원과 1천만원 상당 시계를, 다른 한 명에겐 2020년 현금 3천만원을 줬다는 게 윤 전 본부장 주장이다.
아울러 교단 내에서는 정치후원금,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 민주당 정치인이 15명에 달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특검법상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진술 내용이 인적, 물적, 시간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이를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특검팀은 9일 해당 사건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
국힘 "민중기특검, 통일교·민주당 수사만 묵살…고발할 것"
일각에선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구체적 정보를 입수하고도 통일교의 국민의힘 불법 지원에 초점을 맞춘 편파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은 9일 "편파 수사"라며 관련자를 전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민중기 특검은 통일교가 민주당에 정치 자금을 제공한 건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겠다는 터무니없는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왜 국민의힘 인지수사는 탈탈 털고 민주당 인지수사는 묵살하는 것이냐"며 "특검이 정권의 수족이 돼 표적 수사, 보복 수사, 공작 수사를 벌였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특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직무 유기이자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검 본인뿐 아니라 관련 수사관 전원을 수사 기관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한 통일교 측 인사는 지난 8월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의원에게 수천만 원을 줬다고 특검팀 면담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특검 조사 때 현직 장관급을 포함한 국회의원 리스트도 전달했다는 주장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진술을 확보하고도 특검이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면 수사 대상을 특검으로 바꿔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덧붙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중기 특검은 민주당을 향해야 할 수사의 칼날까지 대신 막아서는 '민주당 앞잡이'로 전락했다"며 "민중기 특검을 즉각 해체하고 관련자 전원을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교 진술에 '전재수' 등장…"현금박스·명품시계 전달"
박수현 "당 차원 진상조사 필요" 박지원 "통일교 검은손 파헤쳐야"
한편,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민주당 인사 중에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9일 JTBC에 따르면 특검 수사보고서에는 전재수 장관과 민주당 전 의원 1명,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한국당 전 의원 1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전 장관에게 수천만원이 담긴 현금 상자와 명품 시계 2점을 전달했다는 것이 윤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전 장관은 2018년 당시 문재인 정부의 친문 핵심인사였다. 정권의 영향력 있는 인물에게 통일교가 로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를 향해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은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그는 "근거 없는 진술을 사실처럼 꾸며 유포하는 것은 명백한 조작"이라며 "제 명예와 공직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어 "허위 보도와 악의적 왜곡에 대해서는 어떤 예외도 두지 않고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통일교 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 내에서는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8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 차원의, 윤리감찰단 진상조사나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고, 박지원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격이 최대의 방어다. 민주당에도 통일교의 검은 손이 들어왔다면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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