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선임하면 대략 2, 3년 기간의 계약을 한다. 팬, 그리고 지역민, 감독을 선임한 구단은 응원하고 즐기며 감독의 역량을 평가한다. 어떤 기준으로 할까.
축구장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필자는 승부욕을 바탕으로 경기를 즐기려 노력한다.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일하던 중 포항스틸러스의 부름을 받아 지도자 생활을 다시 이어 갔다. 그러나 필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강등권에서 탈출해 K리그1에 잔류시키는 것이었다. 한 경기라도 패하면 2부리그 강등 위기. 겉으론 태연했지만 강박관념으로 인해 정말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감독 선임은 1년의 시즌을 마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선수의 평가, 새로운 선수의 영입으로 선수단을 정비한 후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전술적으로 안정감을 보여줄 만큼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약 12주 동안의 훈련을 통해 팀의 안정감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구단과 팬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팀은 적어도 시즌 시작 5, 6경기 이후 안정감을 보여야 한다. 12주의 훈련 기간과 5, 6경기 기간에 팀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평가를 한 몸으로 받는 감독의 심정은 어떠할까.
대한민국의 K리그는 리그1 12개팀, 리그2 14개팀이 각각의 디비전에서 경쟁하며 승강제에 의해 승격 및 강등을 한다. 2013년 승강제가 시작돼 많은 구단과 팬들이 다이렉트 승격의 기쁨과 강등의 좌절을 맛봤다. 또 승강플레이 오프에서 승리하며 살아남은 리그1의 팀은 우승 이상의 쾌락을 느낀다. 그러나 패한 리그2팀은 1년간의 노고가 물거품이 된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다.
디비전 시스템의 꽃은 승강 플레이오프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2023년 필자는 수원FC 단장으로 선임돼 평소의 계획을 이어 가게 됐다. 그리고 데뷔 첫해 수원FC가 K리그1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 오히려 흥분된 마음으로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2주 일찍 끝난 우승팀 세리머니보다 훨씬 더 즐겁고, 신나고 행복했다. 올해 역시 같은 시간을 보냈고 감독과 선수단을 믿음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선수단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경기력으로 6년 만에 다시 K2로 내려가게 됐다. 단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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