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하지 않고자 수정된 평화안을 미국에 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에게는 우크라이나 법과 국제법상 "그럴 권한이 없다"며 영토 포기 가능성을 재차 배제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대안을 제안하고자 준비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가 주요 영토를 내주는 내용의 평화안을 미국이 지지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공동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도자들과 만난 가운데 이같이 발언했다. 유럽 동맹국들은 이러한 평화안이 체결된다면 우크라이나가 향후 침공에 취약해질 것을 우려한다.
한편 우크라이나 북서부 수미주에서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밤새 정전이 이어졌다.
수미 주지사는 최근 러시아가 밤을 틈타 공격하며 전력 인프라에 드론 10여 대가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현재의 유럽 순방에 나서기 며칠 전인 지난 주말, 미국과 우크라이나 협상팀은 집중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우크라이나의 루스템 우메로프 수석 보좌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앞서 미국 협상팀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간 대화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그에게 해당 비공개 회담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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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국 협상팀은 빠르면 12월 9일 안에 미국에 새로운 협상안을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영토 양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러시아는 우리에게 영토를 포기하라며 계속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는 어떤 것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법률이나 헌법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우리에게는 그렇게 할 권리가 없다"면서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렇게 할 도덕적 권리도 없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랫동안 우크라이나의 국경 변경에는 국민투표를 통한 승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한편 '인터펙스-우크라이나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8개안으로 구성된 미국의 초기 평화안이 20개 항목으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초기 평화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도자들은 러시아에 너무 지나치게 유리하다며 반발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초안에서 "우크라이나 우호적인" 내용은 삭제되지 않았으며, 영토 문제에 대한 "양보"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동부 돈바스 지역과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통제권이 "가장 민감한" 쟁점 중 하나라고 짚었다.
미국이 지지한 평화안 초안에는 러시아 군이 거의 4년간 전쟁을 치르면서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돈바스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전면적으로 러시아에 넘긴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나눠 갖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측은 최근 몇 주간 해당 문서의 내용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전쟁 종식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영국 총리실에서 급히 열린 회담은 백악관의 압박에 맞서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맹국의 지지로 해석된다. 이 회담에는 젤렌스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참석했다.
영국 총리실은 미국 주도의 종전 협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중요한 순간"이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면서, "강력한 안보 보장을 포함한 …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재차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래 안보 보장 조치의 형태 역시 현재 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쟁점 중 하나다.
평화 협정이 체결된 이후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계속해서 지원하기 위한 국제 연합체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형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국제군 파병을 제안했으나, 독일과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주요 방위국은 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미국이 향후 우크라이나의 방어 체계를 어디까지 지원할지 역시 불분명하다.
한편 런던 회동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해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났으며, 9일에는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한편 러시아 크렘린궁은 2022년 2월 전면 침공할 당시 내세운 목표에서 단 한가지도 물러날 조짐을 보이지 않음에도, 미국 협상팀과의 회담이 건설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체결의 주요 장애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외교 목표 중 하나로, 2024년 대선 운동 당시에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를 신속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양측에 제시한 평화안에 대해 러시아도 "괜찮아 했다"고 전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읽지 않은 점에 다소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거의 같은 시각,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미국 측과 3일간 회담을 마친 우메로프 보좌관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사안은 직접 만나야만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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