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중 영어 영역은 이른바 '마그마 영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난도가 높아 예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1등급을 받아온 학생들조차 영어 등급 하락으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겨울방학을 앞둔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영어 특강과 레벨테스트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올해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3.11%에 불과했다.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이며 상대평가 기준으로도 4% 이내에서 결정되는 1등급 비율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악 수준으로 꼽힌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영어 등급을 수시 모집의 최저학력기준으로 삼았던 수많은 재학생들이 대거 탈락할 위기에 처해 수능 시험이 재학생들의 함정이 돼버렸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불수능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는 통설처럼 내년에는 영어 사교육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여러 맘카페에서는 "대치동 수능 영어 방학 특강 일정이 언제 나오느냐", "레벨테스트 예약을 하려는데 자리가 없어 걱정된다", "상담 날짜 잡으려고 전화해보려 한다" 등 2027학년도 수능 대비를 위해 사교육 정보를 찾는 학부모들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 역시 예비 고3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이미 마련해 원생 모집에 들어간 상태다. 일부 학원은 겨울방학 특강 접수를 시작했고 수강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레벨테스트 일정을 공지하며 선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치동의 한 입시 전문 학원 관계자는 "올해는 12월부터 겨울방학 특강 관련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 수능에서 평소 성적이 좋았던 학생들까지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영어가 어려웠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 모두가 영어 대비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방학에 특강을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그간 모의고사 성적을 기반으로 해서 커리큘럼을 추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예비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영어 난이도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학원을 찾고 있었다. 특히 그간 안정적으로 1~2등급을 유지하며 "영어는 큰 걱정이 없다"고 여겨왔던 학부모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예년 같으면 국어·수학 중심으로 겨울방학 사교육 계획을 세웠겠지만 올해 시험을 계기로 "영어도 돌다리 두드리듯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학부모 변지효 씨(49·여)는 "내년이면 아이가 예비 고3인데 어릴 때 영어유치원을 보냈던 탓에 영어는 안정적으로 성적이 잘 나와서 그간 국어와 수학에 집중해서 사교육을 시켰다"며 "하지만 올해 수능이 어려웠다고 하니 갑자기 걱정이 돼서 유명 학원 커리큘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 씨는 "올해가 유난히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내년 시험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부모 정혜경 씨(53·여)는 "아직 아이가 수능을 치르기까지 2년 정도 남았지만 그때도 영어가 쉽게 출제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본격적으로 영어 사교육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국어와 수학 중심으로 사교육을 하고 있는데 학원비·과외비·인터넷 강의비만 한 달에 150만원 이상 지출하고 있다"며 "영어는 학원에 보낼지 과외를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고3이 되는만큼 200만원 정도까지 학원비를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내년에 수능을 치르는 예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역시 올해 영어 난이도가 전년도보다 급격히 높아진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특히 영어 한 과목 때문에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선배들의 사례를 보며 필요할 경우 재수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최지우 양(18·여)은 "최근 학원에서 올해 수능 문제 풀이 수업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내년 수능이 걱정됐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영어만큼은 1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2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가 절대평가라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도 있는데 올해처럼 갑자기 난도가 올라가면 내년에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 친구들도 영어 학원을 알아보고 있길래 저도 겨울방학 동안은 부모님과 함께 새로운 인강이나 학원 커리큘럼을 비교해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