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고양/김민영 기자] "이런 그림을 원한 건 아니었어요. 눈물이 쏙 들어갔어요." (웃음)
프로당구 8차 투어 '하림 LPBA 챔피언십'에서 4년 만에 개인 투어 정상에 오른 강지은(SK렌터카)은 경기 직후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이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완벽했던 3세트까지의 기세가 무색하게 6세트까지 끌려가며 세트스코어 3-3 동점을 만들었고, 7세트에서도 8:5로 리드했으나 8:8 동점을 허락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마지막 1점이 강지은과 김민아(NH농협카드)의 운명을 갈랐다.
행운의 럭키샷으로 '위닝샷'을 장식한 강지은은 “정말 이런 식의 우승을 원한 건 아니었다. 몇 년 만의 우승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눈물이 났는데, 마지막 공이 맞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이 쏙 들어갔다"며 "그래도 우승이라는 결과는 너무 좋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번 결승전에서 강지은은 3세트까지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4세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경기 도중에도 왜 그런지 생각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며 “실수한 공이 계속 머리에 남았고, 공을 쳐도 원하는 대로 가지 않으면서 팔이 잠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세트스코어가 3-2가 됐을 때는 “이건 풀세트까지 가겠구나”라는 예감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세트에서는 앞서고도 8:8까지 따라잡히는 위기를 맞았다. 초구 실수가 흐름을 끊었다.
"7세트 초구가 안 들어갔을 때부터 이상했다"는 강지은은 “김민아 선수가 후반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려 마지막까지 쉽지 않을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마지막 샷이 들어갔을 순간에는 “우승은 기뻤지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경기 후에 민아 언니가 ‘그건 아니지, 미안하다고 해’라고 하더라”며 웃은 강지은은 “4년 전 우승 때도 마지막 득점이 비슷했다. 또 그 장면이 나올 줄 몰랐다. 결승전 내내 (상대 선수에게) 인사를 두 번 밖에 안했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터진게, 진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에도 승부는 승부였다. “챔피언 포인트라 미안함이 컸지만, 그래도 시합이니까. 우승해서 기쁘다"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강지은에게 이번 우승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마지막 개인전 우승은 2021-22시즌 3차 투어. 그 후 결승전조차 4년간 밟지 못했다. 그는 “멘털이 약하다고 많이 느꼈다. 팀리그는 함께 이겨내지만, 개인전은 홀로 싸워야 해서 더 힘들었다”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렇기에 이번 우승은 그에게 “막힌 혈이 뚫린 느낌”이었다.
이번 대회는 여러모로 전환점이 됐다. 상금랭킹 26위로 월드챔피언십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던 상황에서 출발했던 강지은은 32강에서 백민주(크라운해태)를 승부치기 끝에 꺾은 것을 기점으로 흐름을 탔다. “한 경기씩 집중하다 보니 우승까지 갔다”며 “이제 월드챔피언십 진출까지 확정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보미(NH농협카드), 이미래(하이원리조트), 백민주 등 유독 친한 선수들과 자주 맞붙었다. 그는 “짜릿하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웃었지만, 동료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친한 선수들이 이번에 잘할 것 같다고 응원해줬다. 덕분에 마음이 든든했다”고 전했다.
김민아가 앞선 기자회견에서 “(강지은에게) 밥을 많이 얻어먹겠다”고 농담한 데 대해선 “4년 만에 우승했으니 한 번은 살 의향 있다”며 “그래도 언니니까 다음엔 제가 얻어먹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차분함"이 자신의 무기라고 밝힌 강지은은 "포커페이스가 좋다”는 주변 평가에 대해선 “원래 무표정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라고 웃어 보였다.
4년 전 자신과 지금을 비교하며 그는 “실력이 많이 성장했다”고 단언했다. “예전에는 못 쳐도 씩씩하게 치는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은 공의 배치와 흐름을 아는 수준 자체가 다르다. 경기력도 확실히 올라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SK렌터카의 강동궁 리더를 비롯해 팀원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됐다”며 "6세트에 자주 출전하면서 뭔가 완성이 되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개인전에서 막힌 곳을 뚫었으니, 이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팀리그에서도 지금처럼만 한다면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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