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우면서도 때때로 멀게 느껴지는 부부의 삶은 그 자체로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죠. 한국 영화는 이 지극히 사적인 관계의 단면을 다채롭게 바라보면서 생각해볼거리를 던져왔습니다.
#01. 부부 생활의 '권태' 이면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2
윗집 사람들 스틸컷
지난 3일 개봉한 〈윗집 사람들〉은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아랫집 부부가 밤마다 대담한 성생활을 즐기는 윗집 부부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부부의 성생활을 소재로 권태기와 관계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게 포인트죠.
윗집 사람들 스틸컷
노출신 없이 오직 대사만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도 인상적인데요. 이에 영화 연출과 주연을 맡은 하정우는 관련 인터뷰에서 "대사 수위 조절은 안 했다. 그럼 재미 없었을 것"이라면서 "윗집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할 때 아랫집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보면 단순히 성적 코미디나 말장난으로만 이뤄진 작품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후반부 휘몰아치는 감정과 메시지가 중요한 영화"라고 강조했죠. 실제로 후반부를 보면,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정아(공효진)와 현수(김동욱)는 윗집 부부와의 만남을 계기로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의견 차이로 갈등하지만 결국 그 갈등을 풀어내는 과정도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요.
내 아내의 모든 것 스틸컷
2012년 개봉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도 부부생활의 권태를 중심에 둡니다. 아내와의 이혼을 위해,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한다는 설정은 다소 판타지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죠. 아내 정인(임수정)이 점차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마음을 여는 것처럼 보이자, 두현은 그제서야 자신이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거든요. 이로써 영화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되새기게 합니다.
#02. 신뢰가 흔들릴 때 드러나는 관계의 민낯
잠 스틸컷
영화 〈잠〉(2023)은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로를 얼마만큼 믿고 이해할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면장애와 몽유병을 소재로 사용한 것도 신선하게 다가와요. 영화는 남편 현수가 어느날부터 수면 중 갑자기 일어나 이상 행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거든요.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으로 깨어나는 현수를 보면서 점차 공포를 느끼게 되는 수진의 모습도 몰입감 있게 펼쳐지고요.
잠 스틸컷
연출을 맡은 유재선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 결혼이 임박한 시기였다면서 "올바른 결혼 생활이란 무엇인가? 결혼한 부부는 문제가 닥칠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들을 시나리오에 많이 녹여 넣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장르물 속 인물들이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택한다면, "그 대상이 본인이 가장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대상이다. 그래서 정면 돌파해야 된다는 느낌이 후킹 포인트"라고 강조했죠.
완벽한 타인 스틸컷
2018년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은 핸드폰이라는 일상의 물건을 소재로, 신뢰의 균열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40년지기 친구들이 부부동반 모임에서 핸드폰 잠금해제 게임을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저마다 감춰뒀던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친구 관계는 물론 부부 사이의 신뢰까지 흔들게 됩니다. 이로써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죠.
#03. 위기 속에서 다시 화합하는 부부의 이야기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갑작스러운 해고로 재취업에 나선 만수(이병헌)와 그의 곁을 지키는 아내 미리(손예진)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미리는 만수의 실직에 위로를 건네고 가족의 중심을 지키는 등 강인한 면모를 보여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남편의 잘못을 모른 척 넘기기도 하고요. 또한 사소한 오해로 부부싸움을 벌이다가도 "나 지금 전쟁 중이잖아. 가족을 위해서. 우리끼리 똘똘 뭉쳐 서로를 믿어야 해. 신의, 신뢰"라고 호소하는 만수의 모습은 부부 간 화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는 신혼부부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의 현실적인 갈등과 화해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냈습니다. 달달한 신혼생활부터 리얼한 부부싸움까지 그려내 공감을 얻었죠. 당시 미영 역을 맡았던 신민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생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갈등도, 화해도 있었는데 결혼이나 긴 연애를 해도 잘 극복해낼 것 같다"라는 인상적인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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