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의 '소년범 논란'과 연예계 은퇴 선언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심화되며 '진영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은퇴가 지나치다며 옹호한 반면 야권에서는 친여 성향 인물에게만 관대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치권과는 동떨어져 있는 특정 배우를 향한 옹호 발언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민주당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소년기 범죄 전력을 공개하는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공개법'을 예고하며 친여 성향 배우를 옹호하는 여권을 정면 겨냥했다.
조진웅은 그간 친민주당 인사로 인식돼왔다. 그는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고, 이재명 대통령과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는 전쟁'을 함께 관람했다.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도 출연했으며 촛불행동TV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공개 비판하는 등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논란이 정치적 공방으로 확산된 배경에 조진웅의 정치적 성향이 작용했다는 해석과 함께 향후 공직자 검증·연예인 공인성 논쟁과 소년범 기록 공개 문제 등과 연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5일 한 언론사는 조진웅이 연루된 사건을 보도했다. 고등학생 3명이 여성 피해자들을 강간 윤간한 후 빼앗을 돈이 없자 피해자 한 명을 인질로 잡아두고 다른 한 명을 끌고 성남에서 사당까지 이동해 60만원을 빼앗은 강도강간 사건이다.
소년범 이력에 더해 성인이 된 후 극단 단원을 폭행해 벌금형 처분을 받고,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는 점도 뒤늦게 알려졌다. 미성년자 시절 차량 절도 및 장물과 윤간강도에 이어 성인이 된 후엔 동료를 폭행한 후 벌금형을 받은 이력도 있다.
조진웅은 다음 날인 6일 은퇴를 선언하며 "저의 지난 과오에 대해 제가 져야 할 마땅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조진웅 측 소속사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범죄사실을 인정면서도 가장 논란이 된 성폭행에 대해선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1994년 '강도강간' 재판기록이 알려져 소속사의 해명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범여권 "과거의 일" 조진웅 옹호하며 '감싸기' 나서
배우 조진웅이 6일 은퇴를 선언한 직후 여권에선 옹호 발언이 이어졌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조 씨를 옹호하는 글을 쓴 송경호 신부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관련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그를 두둔했다.
김 의원은 송경용 신부의 발언을 공유하며 "어린 시절의 잘못을 반성하고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4선 박범계 의원도 가세해 "조진웅 배우의 청소년기 비행 논란이 크다. 저도 깜짝 놀랐다"며 "대중들에게 이미지화 된 그의 현재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조진웅 배우의 과거가 잊힌 기억일 뿐이라면 그를 현재의 이미지와 동일시할 수 없지 않느냐"며 옹호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도 7일 페이스북에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만 모든 선택은 가역적"이라며 "변함없는 팬인 저는 '시그널2'를 꼭 보고 싶다"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형사정책원구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7일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수십 년 전의 과거사를 꺼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하려 한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라며 보도한 언론사를 비판했다.
이승훈 민주당 전 전략기획 부위원장은 8일 YTN인터뷰에서 "조 씨의 은퇴는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청소년 시절의 일을 이유로 활동을 전면 중단시키는 것은 사회가 성숙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위원장은 "이미 처벌을 받았고, 수십 년 전 사건으로 생계를 이어온 직업 자체를 끊어야 한다는 여론에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박찬운 자문위원장도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인간의 전 생애를 소년 시절 기록 한 줄로 재단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다. 비행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희망을 꺾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나는 이 소식을 접하며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분노의 대상은 배우가 아니다. 그를 끝내 무대에서 끌어 내린 이 사회의 비정함"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소년범 전력을 이유로 성인이 된 이후의 직업 활동까지 전면적으로 제약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조진웅을 옹호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 조진웅 '장발장'에 비유하며 '사법불신'과 연결
방송인 김어준은 조진웅을 장발장에 비유하며 "사법살인에도 판사는 퇴출되지 않는데 왜 예외를 두느냐. 연예인에게만 가혹하다"며 사법불신과 조 씨의 은퇴를 연결고리로 삼았다.
김어준은 9일 방송에서 "조진웅이 '소년범 의혹'으로 은퇴했다. 소년범이 훌륭한 배우이자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스토리는 우리 사회에선 용납할 수 없는 이야기인가. 장발장은 탄생할 수 없어야 하는 사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조진웅이 친문시절 해 온 여러 활동 때문에 선수들이 작업을 친 것이라고 의심한다"고 주장하며 "의심과 별개로 갱생과 성공은 우리 사회에서 가능한가. 장발장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즉시 사회적으로 가둬 버리는 것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 원리가 우리 사회에서 공평하게 작동했는가. 사법살인이나 잘못된 판결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들이 발생해도 사회적으로 퇴출당하는 판사는 한 명도 없었는데 왜 그건 예외냐"며 조진웅의 은퇴를 '사법 불신'과 연결했다.
민주당 일각선 "공당이 섣부른 옹호 안 돼" 비판도
범여권에서 조 씨는 연일 옹호하며 진영 대결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 내에선 "섣부른 옹호로 국민 신뢰를 잃지 않도록 우리 모두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몇몇 사건에 대해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우리 당 일부 의원들까지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아직 실체가 모두 드러나지 않은 수사 중 사안에서 가해자나 범죄 혐의자에 대한 섣부른 옹호나 비난은 또 다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강력범죄나 성범죄는 가해자 옹호가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이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의 원칙이다. 가해자를 용서할지 말지는 오로지 피해자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학계나 시민사회가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책임 있는 공당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도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내 일각에서 나온 옹호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당의 인식은 '피해자 보호'에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집권여당으로서 약자를 범죄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국가 시스템을 구축할 책무가 있다"며 "섣부른 옹호로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도 8일 YTN라디오 <뉴스on> 에 출연해 조진웅에 대해 "아무리 저희 당과 가깝게 활동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할지라도 국민의 일반적인 감정에 안 맞는 과거 전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뉴스on>
김 의원은 "소년범 때 잘못했다고 해서 평생을 숨어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도 자유"라며 "특히 연예인이나 정치인처럼 대중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사는 직업에 적절한 분이냐는 의문이 든다"고 피력했다.
국힘 "좌파진영 왜 옹호하나, 조두순도 불쌍하다고 할 판"
반면 국민의힘은 여권이 조진웅을 감싸는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조진웅 사태에 대해 이 나라의 전직 교수, 학자, 심지어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개입해 진영 전체가 옹호를 하고 나서는가"라며 "저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연예인은 사회적 영향력과 대중의 인기를 통해서 자신의 일을 하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에도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며 "잘못된 일이 있으면 개인적인 단순한 사생활인데도 불구하고 '방송 금지'라는 거의 밥줄 끊기 정도의 가혹한 처벌이 내려지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 전 학교 폭력 전력이 있는 어린 학생들을 대학 입학에서 배제하자 환호하면서 옹호하지 않았나"라며 "진영 논리에 의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의로운 척, 정의로운 척한 한 연예인의 퇴장을 볼 뿐이다. 이제 정치권에 있는, 과거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분들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로운 척해온 진보 인사들이 이번에는 왜 침묵하는가. 좌파 진영의 이중 잣대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경태 건과 조진웅 건에 보이는 더불어민주당과 그 진영을 지지하는 일부 인사들의 대국민 가스라이팅이 선을 넘고 있다"며 "조두순도 사정이 있었지 않겠냐며 불쌍하다 얘기가 나올 판"이라고 일갈했다.
배 의원은 "범죄 피해자에게 2, 3차 가해를 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으면서 유난히 범죄의 가해 경험이 있던 그룹 내 인원에는 과도한 관대함과 측은지심으로 드라마를 강요해댄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정부도 주요 인사만 도합 31범인 전과자 정부라 했었나"라며 "조두순도 사정이 있었지 않겠냐며 불쌍하다 얘기 나올 판이다. 매스껍다"고 덧붙였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다들 제정신인가. 좌파 범죄 카르텔 인증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날을 세우며 "당신들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나"라고 직격했다.
범야권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 대통령은 음주운전과 폭행 전력이 있어도 대통령이 됐지만 배우는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도덕성이 낮은 지도자가 있을 때마다 사회는 이런 문제에서 늘 불편한 비교를 겪는다"며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8일 오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에 출연해 "어떤 진영이 있단 이유로 왜 정치 한복판으로 자꾸 끌어올리느냐.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무슨 권리로 돌아오라고 하는 건가"라며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보상과 어떠한 사과 어떠한 참여를 했는지 모르지 않나"라고 일침했다. 박재홍의>
김 수석최고위원은 "피해자가 엄연히 있는 이 범죄에 대해 도대체 무슨 권리로 용서를 해주고 무슨 권리로 돌아오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기인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9일 채널A라디오 <노은지의 정치시그널> 에 출연해 "진영의 논리에 따라, 진영의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두둔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 진영에 있으면 아무리 거친 흑역사라고 하더라도 미화시키고 '다 사정이 있겠지'라고 이해를 하는 것이 '민주 전과'"라고 비판했다. 노은지의>
조진웅 '소년범' 논란→'공직자 검증법'으로 확대
조진웅으로 촉발된 소년범 논란은 공직자 검증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공직자와 고위공무원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공개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 소년범 논란으로 인해 은퇴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고위공직자의 소년기 중대 범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공직 적격성을 가리겠다는 취지다.
나 의원실은 지난 7일 해당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소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회 주요 인사에 대해 법원의 엄격한 허가를 전제로 소년기 중대한 범죄에 대한 보호처분과 관련 형사 판결문 또는 이에 상응하는 결정문의 존재 여부를 국가기관이 공식 조회해 확인토록 하는 것이다.
대상은 대통령·국회의원·시·도지사 후보자와 일정 직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국가 최고 수준의 정부포상·훈장 대상자 및 기수훈자 등이다.
개정안에는 대통령·국회의원·시·도지사 후보가 기존의 금고 이상 범죄경력증명서와 함께 '소년법이 정하는 중대한 범죄에 관한 소년보호처분 및 관련 판결문 존재 여부'를 선거공보에 의무 기재토록 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찰청·법원 등 국가기관에 공식 조회를 요청해 그 진위를 사전에 검증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앞으로 공직에 들어올 사람만'이 아니라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도' 같은 기준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소년법 개정을 통해 '중대한 범죄'의 범위도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형법상 살인·존속살해 등 살인 관련 범죄, 강도·특수강도·강도상해·강도살인 등 강도 관련 범죄,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간·강간 등 상해·치상·살인·치사 등 중대한 성폭력 범죄가 핵심 대상이다.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중대한 성폭력 범죄, 방화죄, 중대 상해 범죄, 약취·유인·체포·감금 등 범죄와 중대한 마약류 범죄가 포함된다.
나 의원은 "소년법의 취지인 교화와 재사회화를 존중하면서도 국가 최고위 공직과 최고 영예만큼은 국민 앞에 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며 "흉악범에 대해서까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영구 사각지대를 남겨두는 것은 공정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실은 법안 발의 전 법조계, 학계 등 의견 수렴을 거쳐 해당 개정안을 공식 발의할 예정이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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