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수원)=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2부) 부천FC가 18년 만에 창단 첫 K리그1(1부) 승격의 성과를 이뤄냈다. 그 중심엔 이영민(52)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부천은 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수원FC에 3-2로 승리했다. 앞서 1차전에서도 1-0으로 이긴 부천은 합계 점수 4-2로 승격을 확정했다. 시민들이 직접 다시 만든 팀이 K리그1 무대에 진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8년이었다.
부천은 2006년 SK프로축구단의 연고 이전으로 팀을 잃은 뒤 지역 축구팬들이 다시 모여 2007년 재창단한 시민구단이다. K3리그에서 시작해 2013년 당시 2부인 K리그 챌린지에 진입했지만 승격과는 인연이 없었다. 승강 PO 진출도 올해가 처음이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기록한 3위(승점 67)는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준PO에서 성남FC를 밀어냈고, 승강 PO 1·2차전을 모두 잡으며 마침내 K리그1 진입 티켓을 손에 넣었다. 특히 승강제 도입 이후 K리그2 3위 팀이 승강 PO를 통과한 사례는 부천이 최초다.
부천의 승격은 ‘약한 전력, 낮은 예산’이라는 조건을 뒤집은 결과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작성한 2025년 프로축구 시도민구단 지자체 지원 예산 분석에 따르면, 부천의 지원금은 49억1500만원이다. 이는 총 14개 시민구단 가운데 뒤에서 2번째에 해당한다. 부천보다 지원액이 적은 팀은 안산 그리너스(48억5000만원)뿐이다.
반면 같은 승강 PO 상대였던 수원FC는 161억5700만원, 인천 유나이티드는 100억원, 성남FC는 60억원 수준이다. 예산 격차는 시스템과 철학으로 극복해야 하는 구조였고, 이는 곧 지도자의 역량과 팀 단위 완성도의 시험대이기도 했다.
◆개인 아닌 팀 강조한 이영민 감독
승격의 주역은 이영민 감독이다. 2021년 부임한 그는 구단 최장수 사령탑으로 자리 잡으며 팀의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 개인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부천은 특정 스타나 높은 연봉 선수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이영민 감독은 꾸준한 수비 조직력과 전환 속도를 기반으로 한 압박 축구를 정착시켰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팀에서 체력, 조직, 규율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는 전술적 방향뿐 아니라 영입과 관리 방식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했다.
실패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 리그에서 자리를 잃었던 선수, 대학 무대 유망주까지 사정권에 넣었다. 이영민 감독은 영상 자료가 부족한 선수의 경우 전국 대학 경기를 직접 찾아다니며 발굴했다. 로드리고 바사니(28), 제페르송 갈레고(28), 존 몬타뇨(28) 등 외국인 선수는 부천에서 커리어 반전에 성공했다. 이들은 정규리그, PO, 승강 PO에서 모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 중심에 있던 바사니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4골 6도움, 승강 PO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원 삼성에서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가 부천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했다는 점은 이영민 감독의 전략적 설득력과 지도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승격 직후에도 이영민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는 “축구 인생 최고의 날”이라면서도 “선수들의 노력 결과일 뿐이다. 앞으로 K리그1에서 생존하기 위해 더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쁨보다 다음 페이지를 먼저 떠올린 인터뷰 방식에서도 부천이 이어가야 할 방향성이 드러났다.
◆선수 믿고 확실한 역할 주는 사령탑
부천의 승격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선수들의 입을 통해 드러난 감독 평가다. 승격의 주역 바사니는 “감독님이 저를 ‘복덩이’라 불렀지만, 제가 보기엔 감독님이야말로 팀의 복덩이다”라고 했다. 이어 “감독님은 항상 제 가능성을 믿었고, 그래서 저는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천 유소년 시스템을 충실히 거쳐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규민(22)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남겼다. 그는 승강 PO 2차전에서 환상적인 단독 돌파로 추가 골을 기록했다. 김규민은 “감독님은 제 장점이 공격적인 플레이라고 보셨다. 그래서 윙백임에도 깊은 지역까지 올라가 자유롭게 플레이하라고 했다. 믿어주는 환경이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천의 분위기는 가족 같다. 선수, 코치진, 구단, 팬들이 같은 목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사니 역시 “부천에 온 순간부터 모두가 저를 믿어줬고, 그 믿음 속에서 저의 축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 신뢰 기반 환경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승격을 만드는 힘이었다. K리그2에서 예산의 크기가 아닌 운영 철학과 조직화의 완성도가 승격을 가른 결과라는 점을 이번 승강 PO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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