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국내 주류 시장이 RTD(Ready to Drink)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부담 없이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면서 RTD 제품이 기존 소주·맥주 소비를 빠르게 대체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브랜드부터 국내 증류식 소주 기업까지 잇따라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내년 주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글로벌 협업 제품의 등장이다. 한국코카콜라는 ‘잭콕 RTD’로 국내 주류시장에 처음 진출한다.
오는 11일 출시되는 이 제품은 클래식 칵테일 ‘잭콕(Jack and Coke)’을 RTD로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코카콜라와 잭다니엘이 만든 ‘잭다니엘&코카콜라 제로슈가’ RTD가 국내 출시를 확정하면서 편의점 매대를 중심으로 RTD 경쟁에 불을 붙였다. 350ml, 도수 5%로 구성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시장에 최초로 선보인 이후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국내 고객들의 출시 요청이 이어져 왔다.
국내 제조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순하리’ 시리즈로 과실탄산주 RTD 카테고리를 개척한 데 이어 최근 ‘순하리 자몽진’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2021년 5월 출시 이후 연평균 40% 성장세를 기록한 ‘순하리 레몬진’의 확장 제품으로 자몽진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제로슈거 트렌드를 반영한 이번 제품은 자몽을 동결침출해 풍미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순하리 자몽진’과 ‘순하리 레몬진’을 앞세워 연말 파티 등 다양한 술자리를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류식 소주 기업 화요도 RTD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화요는 하이볼 형태의 캔 RTD를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제2공장에 캔라인·온살균 설비 등 RTD 전용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기반 RTD라는 점에서 기존 과일·탄산주 RTD와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화요의 RTD 참전은 국내 RTD 시장이 가벼운 술을 넘어 프리미엄 주종까지 확장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RTD 확산의 배경에는 소비자 음주 트렌드 변화가 자리한다. 과거와 달리 ‘많이 마시는 술자리’보다, 가볍게 한두 잔 즐기거나 혼자 마시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술을 적게 마시거나 덜 취하려는 음주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소주, 맥주 중심의 기존 주류 소비와 다른 색다른 주종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성비 주류에 대한 관심과 믹솔로지 및 개성 추구 성향,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로 RTD 주류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공략 측면에서도 RTD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맛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해외 소비자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RTD 시장이 ‘글로벌 브랜드 유입 → 전통·프리미엄 주종까지 확장 → 본격적인 매대 경쟁’ 순으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로 RTD 주류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RTD 주류 시장 규모는 2022년 358억원에서 2023년 673억 원으로 87.9%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194억 원으로 77.4% 확대됐다. 오는 2027년엔 2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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