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진혁 기자= “거짓말 아니고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멍한 느낌이다.” 5년 지휘 끝에 부천FC1995를 1부로 견인한 이영민 감독의 소감이다.
8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른 부천FC1955가 수원FC에 3-2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1, 2차전 합계 4-2로 부천이 수원FC를 꺾고 K리그1으로 향한다. 수원FC는 6년 만에 K리그2 강등됐다.
부천이 창단 18년 만에 K리그1으로 승격했다. 부천은 2006년 SK 축구단이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한 뒤 2007년 12월 시민 구단으로 공식 창단, K3리그를 거쳐 2013년부터 K리그2에 진입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K리그1 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2부 원년 팀(광주FC, 상주상무, FC안양)이라는 오명을 올 2025년 시원하게 떨쳐냈다.
부천 승격의 역사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11월 19일 이영민 감독이 부천 지휘봉을 잡은 순간, 이 감독과 부천의 낭만 5년사가 시작됐다. 2007년 고양KB국민은행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FC안양, 안산그리너스, 중국 여자 U19 대표팀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고 2021시즌부터 부천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 승격 성과와 달리 이 감독의 1년 차 성적은 녹록지 않았다. 부임 첫 해 이 감독은 적극적인 세대교체 작업에 착수했지만, 경기력까지 잡진 못했다. 시즌 중 12경기 무승 등 하위권을 허덕인 부천은 이 감독 부임 첫 해 K리그2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부천은 당장의 성공보다 몇 년 후 영광을 꿈꿨고 젊은 선수 육성 기조를 유지하며 이 감독에 대한 신뢰를 이어갔다. 이 감독은 2년 차부터 차츰차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22시즌 리그 4위, 2023시즌 리그 5위에 들며 2년 연속 K리그2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이 감독 본인도 2시즌 연속 K리그2 최우수 감독상 최종 후보에 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026년까지 재계약으로 부천 역대 최장수 감독이 된 이 감독에게 2024시즌은 고난의 해였다. 시즌 내내 들쑥날쑥한 경기력으로 중위권에 허덕였고 시즌 막판 무승 행진에 빠지며 결국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 여파로 2025시즌을 앞두고는 저조한 예산 지원, 주축 선수들의 줄 이탈 그리고 이 감독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 등 여러 부정적인 전망과 시선이 팽배했다.
이 감독과 부천은 흔들지 않았다. 바사니, 몬타뇨, 갈레고를 중심으로 외국인 공격 편대를 완성했고 5년을 갈고 닦은 이 감독표 스리백도 완성도가 물올랐다. 무엇보다 부족한 살림에도 이 감독 리더십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단은 지휘 5년 중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 부천은 1라운드 홈 개막전 충북청주FC전 3-1 승리로 이 감독 부임 5년 만에 개막 승을 챙기며 호기롭게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부천은 꾸준히 3~5위권을 오가며 선두권 경쟁을 지속했다. 이 감독은 34라운드 부산아이파크전을 통해 부천 최초로 200경기를 지휘한 사령탑이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부천은 이 감독 지휘 5년 만에 정규 3위라는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은 물론 창단 첫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 쾌거를 올렸다. 시즌 시작부터 불씨를 키워간 부천의 기세는 수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마침내 큰불이 됐다. 전력상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는 합계 스코어 4-2 결과로 부천은 창단 18년 만에 승격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팬들과 승격의 기쁨을 누린 이 감독은 다소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이 감독은 “오늘은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최고라고 생각한다”라며 “거짓말 아니고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많은 순간들이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벅차서 그런지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멍한 느낌”이라며 5년 만에 이룬 성과를 믿지 못했다.
부천 지휘 5년을 돌아본 이 감독은 “5년 동안 있으면서 팀이 점차 탄탄해지고 있는 걸 느꼈다. 올 시즌은 건방지지만 승격이란 목표로 준비했던 게 주효했다”라고 소회했다. 뜨거운 지지를 보낸 부천 서포터즈 ‘헤르메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올 시즌 팬분들과 작은 언쟁도 있었다. 언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다. 서포터즈분들이 생각하는 부천과 내가 사랑하는 부천, 모두 사랑하기 때문이다. 저희 팬들이 열정과 팀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최고”라며 “진심으로 팬분들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