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이라면 꼭 사두는 라면이 있다. 바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그런데 최근, 이 불닭볶음면을 포함한 삼양식품의 주요 제품이 홈플러스 매장에서 빠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달 말부터 홈플러스에 불닭볶음면과 소스류 등 핵심 제품 납품을 중단했다. 납품했지만 제때 받지 못한 대금이 쌓이면서 신규 공급을 멈춘 것이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기존 재고로만 버티는 상황이다. 최근 ‘삼양 1963’이 한 달 만에 700만 개 판매를 기록할 만큼 주목받고 있어, 납품이 멈춰버리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품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아모레·오리온·롯데까지… 공급 축소 잇따라
이 같은 상황은 삼양식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장품·식품·생활용품 업계 전반에서 홈플러스와의 유통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분위기다. 앞서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8월부터 홈플러스에 대한 제품 공급을 멈췄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남은 재고를 통해 거래는 유지되지만, 추가 납품은 미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았더라도 물량을 줄이거나 조정하는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치약, 세제, 샴푸 등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홈플러스에 들어가는 공급량을 최근 일부 축소했다. 코카콜라도 음료류 공급을 이전보다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은 납품은 이어가고 있지만 경영 악화가 본격화하기 전과 비교하면 공급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 현재는 평상시의 80~9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롯데웰푸드 역시 과자, 아이스크림, 냉동식품 등을 중심으로 대금 현황을 지켜보며 물량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지연 논란에 대한 홈플러스 입장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홈플러스는 9일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직접 상황 설명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일부 상품의 납품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공급 차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거래 자체를 중단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협력사와는 정상적으로 거래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만 일시적으로 지연됐을 뿐 공급 중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소상공인 회생채권은 이미 전액 상환했고, 중견·대기업 회생채권도 협의된 일정에 따라 변제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거래채권(공익채권) 또한 정상 지급해 왔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오랜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사의 도움으로 제품 수급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 폐점·자금난 여파로 혼란 가중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후 다수 업체가 ‘선입금 후납품’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며, 향후에도 특정 품목의 공급 차질이 반복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임대료 인하 협상이 결렬된 전국 15개 점포의 폐점을 예고했으나, 이는 수만 명의 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고용 불안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후 김병주 회장이 정치권과의 면담에서 “M&A 성사 전까지는 점포 폐점을 보류하겠다”고 밝히며 사태 진정을 시도한 바 있다.
불닭볶음면처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상품에서 ‘공급 중단 가능성’이 거론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사두는 게 낫겠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의 자금 상황과 협력사와의 공급 조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매장에서 특정 제품을 보기 어려워지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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